금융 금융일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책] 금융위 ‘금융소비자보호법’ 딜레마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2 15:56

수정 2014.10.30 00:47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 여파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여야 간 합의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금융위원회도 대출모집인 규제와 금소원 분리 가운데 무엇을 택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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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원 역할과 권한, 특히 금융위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강경한 가운데 금융위로서는 법안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려면 민주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든지 아니면 법안 도입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금융위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어서 금융위로서도 선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등의 문제를 보완한 금소법 도입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중 대출모집인 규제를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새누리당도 '금융소비자 보호 기본법 제정안'과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태로 대출모집인들의 불법 정보 이용 우려가 있는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금소법 도입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출모집인이 정보를 불법 유출·활용할 경우에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최대 징역 5년 또는 과징금 5000만원이 부과되지만 해당 대출모집인이 전속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금융위는 금소법에 대출모집인과 대리점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도 포함시킨 만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금소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할하는 한 실효성 있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금융감독만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내놨다. 물론 금융위 개편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달리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민주당을 설득시키고 금소법 도입을 추진하려면 논의할 시간도 충분해야 한다. 금융위로서도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를 해결하려면 금소법 도입으로 대출모집인 규제를 강화해야 하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키려면 일부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금융위로서 정체성 문제로 직결돼 합의점이 쉽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안 수정이 있을 수 있지만 논의할 시간이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물리적으로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신용정보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면 더더욱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이번 금소법 도입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각 금융업권법에 대출모집인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달 중 금소법 도입이 불발되면 각 업권법에라도 대출모집 규제 등을 신설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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