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 또 한 차례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키로 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이탈로 인한 '신흥국 불안 확대→글로벌 신용경색→한국 금융시장 전염(신흥국 침체로 한국기업 수출 위축)'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발 금융불안의 영향이 제한적이더라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돈줄을 죄는 것이어서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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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은 여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200)는 14.4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15.29를 밑돌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통화 위기 등으로 시장 활력이 바닥이라는 얘기다. 각종 위험관련 지표를 반영한 매크로리스크인덱스(MRI)는 0.28에서 0.48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FOMC가 올해 출구전략의 첫발을 뗐다고 평가한다. 월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금융불안에도 불구, 연준이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를 끝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강한 성장을 할 것이며, FRB의 동료들도 대부분 올해 미국 경제가 3%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 했다.
■금리 인상시 가계금융까지 파장
한국시장이 미국발 충격을 피해갈 수 있을까. 금융위기에 내몰린 신흥국과 경제상황이 다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92년 자본시장을 개방한 이후 한국경제는 유독 외풍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이탈은 곧 증시 하락'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굳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 및 채권을 2조원 가까이 팔아 치웠고, 지난 1월에도 1조1147억원(27일 기준)을 순매도하며 발을 빼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940선까지 추락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테이퍼링 자체로는 아직 본격적인 긴축정책이 아니고, 유동성의 급격한 환수로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면서 "하지만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규모가 줄어드는 테이퍼링은 기준금리의 인상과 자산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동성 환수에 대한 우려를 수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는 돈줄을 죄는 것이어서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최대 취약점인 가계빚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그동안 잠잠하던 가계빚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는 더 위축될 수 있다. 가계금융이 흔들리면 가뜩이나 거래 부진에 시달리는 증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