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어코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방침을 굳힌 가운데 '테이퍼링 안전지대'에 대한 위기감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자산 매입을 지속하겠다는 FRB의 통보가 이어진 뒤 당초 '테이퍼링 안전지대'에 속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흥국에서조차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당초 시장에선 미 테이퍼링의 충격파가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만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헝가리 및 폴란드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신흥국가의 통화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테이퍼링의 여파가 펀더멘털 취약국에부터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됐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종전의 입장을 선회, 신흥국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FRB의 통보 이후 아르헨티나 및 터키, 남아공 등 펀더멘털 취약국은 물론이거니와 헝가리 및 폴란드의 화폐 가치도 무섭게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헝가리 및 폴란드 화폐 가치가 달러 대비 각각 2.6%, 2.7% 폭락했다.
테이퍼링에 선방할 의도로 지난달 29일을 전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신흥국들의 추락세도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은 8%로 올렸지만 루피화는 지난달 30일 달러당 62.56달러를 기록, 최근 2개월래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터키 및 남아공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각각 5.5%포인트, 0.5%포인트 올렸지만 통화 절하를 피하지 못했다.
리라화는 장중 달러당 2.36리라까지 떨어져 11일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랜드화도 달러 대비 2%넘게 하락,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테이퍼링의 주체인 선진국조차 테이퍼링의 충격파를 피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다우존스는 지난달 30일 선진국 은행권 및 투자자들에게 가해질 부정적 여파의 크기는 신흥국들의 자산 거품 및 투자손실 규모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