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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삼성그룹 헌혈 챔피언,김기태 삼성테크윈 과장

[fn 이사람] 삼성그룹 헌혈 챔피언,김기태 삼성테크윈 과장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실에는 삼성그룹 내 특별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룹 내에서 헌혈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헌혈캠페인을 위해 자리한 것. 그중에서도 삼성테크윈 김기태 과장(45·사진)은 삼성그룹 내 '헌혈 챔피언' 타이틀 보유자다.

1995년 삼성항공으로 입사해 현재 반도체 칩을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배치해 만드는 BOC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지금까지 총 211회의 헌혈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헌혈자의 날을 기념해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 과장의 헌혈은 1992년 군대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 겪게 되는 일상적인 경험이 2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1992년 2월 공군으로 입대해 고된 훈련을 받고 있을 때 훈련소로 헌혈차가 왔다는 소리에 초코파이를 먹고 싶어 처음 헌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대 이후에도 김 과장은 헌혈의 집을 찾아다니며 피를 뽑았다. 그러나 이번엔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 김 과장은 "당시 학생 신분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며 "헌혈을 통한 기부가 가장 값지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헌혈 방법은 점점 진화했다. 단순히 피만 뽑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려운 환경에 빠진 분들을 위해 '성분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헌혈을 많이 하면 헌혈하는 사람끼리 소규모 모임을 갖게 된다"며 "그 모임에서 혈장, 혈소판 헌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혈장, 혈소판 헌혈은 헌혈시간도 일반 헌혈보다 3~6배 걸리고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헌혈 방식이다.

특히 혈소판 헌혈의 경우 피를 뽑고 5일이 지나면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병원이나 혈소판이 필요한 환자들의 요청이 올 때 헌혈을 하게 된다. 또 일반 헌혈과 달리 2주에 한 번 피를 뽑을 수 있다.

김 과장은 "언론에서 가끔 피를 수입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게 대부분 혈장, 혈소판 등 특정 성분의 피"라고 말했다. 또 "헌혈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혈액암으로 치료를 받던 환우들이 골수이식을 무사히 받고 퇴원해 더 이상 제 피가 필요없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할 계획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책임감과 함께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건강관리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