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여성 경력단절 없애야 선진국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4 17:07

수정 2014.10.29 23:45

정부가 4일 내놓은 여성 근로자의 경력유지 지원방안은 여성에게만 짊어지게 했던 임신과 출산, 보육 문제를 나라와 사회가 같이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경력유지 및 경제활동 참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여성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20대에만 해도 남성과 비슷하지만 출산·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인다. 2013년 25~29세 고용률은 남성 69.6%, 여성 68%였으나 30대에서는 남성 90.2%, 여성 56.7%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출산이나 어린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여성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비일비재함을 짐작하게 하는 수치다. 40대에는 여성 고용률이 64.6%로 다소 높아지지만 남성 고용률의 92%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
고용률이 올라간다 해도 생계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고 하향 재취업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돌아온 여성 근로자를 기다리는 일자리도 비정규직의 힘들고 고된 일이 상당수다. 일터를 떠나기 전과 다른 생소한 일을 하다 보니 본인은 본인대로 힘들고 경력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에 따른 손실은 LG경제연구원이 2013년 5월에 내놓은 보고서에도 드러나 있다. 육아, 가사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입는 손실은 1인당 생애 6억3000만원에 이른다. 일을 그만뒀다 재취업하지 못한 여성인구 417만명의 잠재소득 손실은 무려 60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육아는 부모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육아휴직의 명칭을 부모육아휴직으로 바꾸고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유도하는 등 담긴 내용 또한 눈길을 끈다. 취업 여성의 육아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에서 우선 순위를 주고 시간선택제 근로 부모를 위한 보육반을 따로 설치키로 한 것도 경력단절을 막는 데 좋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여성이 일할 기회는 좁디 좁은 문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우리 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3년 기준 56.6%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8.4%를 한참 밑돌았다. 취업 문턱이 높은 탓도 있지만 출산·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례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기혼 여성의 거의 절반(48.7%)은 일을 그만두는 이유로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음을 들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입사 후 35년간을 한 일터에서 일과 씨름하며 지난해 말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제2,제3의 권선주 행장이 나오려면 출산·육아 때문에 일터를 떠나는 여성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가 '올인' 중인 고용률 70% 달성의 열쇠도 여성 고용률 제고에 달렸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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