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들이 결국 해외자원개발 사업 축소에 나선다. 정부의 재무건전성 확보 요구를 더 이상 피할수 없었던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기업의 해외자산이 동시에 매물로 나올 경우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조절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공기업, 해외자산 축소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캐나다 데니스사 지분(9.46%, 투자액 630억원) 등 3개 해외 우라늄 확보 사업의 지분을 매각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호주 GLNG 프로젝트 등 호주와 캐나다에서 벌이는 해외자원 개발의 지분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석유공사는 일부 비축기지의 유휴 부지, 국내외 자원개발사업 출자 지분의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의 매각 결정은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당초 이들 공기업은 해외자산 매각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부채감축보다는 해외자산 보유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기업 부채감축을 위해 해외자산 매각을 독촉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현오석 부총리가 공공기관장들과의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은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기업이 가진 핵심 자산도 매각대상에서 제외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일부 에너지공기업 기관장을 직접 면담하고, 자산 매각에 소극적인 기관장에 대해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자산매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버틸 수 있는 기관은 없다"며 "부채감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졸속 매각은 피해야
에너지공기업들이 속속 해외자산 매각을 검토하면서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정한 시점을 잡고 매각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협상력 부재를 불러 졸속.부실 매각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경제위기 당시에도 정부는 산하 공기업들의 해외자산 매각을 독려하면서, 헐값에 팔았던 전례가 있다. 특히 공기업들의 해외자산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올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해외자원 매각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매각검토가 진행된 해외자산 외에도 일부 에너지공기업들은 핵심 해외자산마저 매각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가스공사의 아카스 가스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자산은 국내 자원안보와 자원개발 노하우 축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업들이다. 이들 핵심사업이 매각대상에 오를 경우 빨리 매각하기보다 제값 받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에너지공기업들의 주장이다.또 다른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부채감축도 중요하지만 핵심자산이 헐값으로 매각될 경우 이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가피하게 매각해야 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속도를 내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값을 받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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