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 도봉구 도봉동 일대는 이번 층수 규제 폐지로 낡은 집을 헐고 층수를 올리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A건축사무소 관계자)
“비주거용건물에 대한 층수규제도 함께 폐지되기 때문에 낡은 집들은 물론 상업지역 재정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서울시 관계자)
북한산 인근 도봉구와 남산 주변의 용산구 등 7개 최고고도지구에 적용되던 층수규제가 오는 4월부터 폐지됨에 따라 이 일대의 노후 주택 단지가 수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 최대 3개층까지 건물을 증축할 수 있게 되면 매매 시세차익이나 전세 수요 등을 통해 주택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노후 단독·다가구주택을 증축하거나 재건축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도봉구 도봉동과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구도심은 낡고 오래된 단독·다가구주택이 많아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돼 왔다. 이들 대부분 건축물은 층수 규제에 묶여 증축이나 재건축이 사실상 막혀 왔던 곳이다.
종전 서울시 조례에서는 층고 2.8m를 기준으로 20m 높이 내에 7층 건물을 지을 수 있더라도 층수제한 요건 때문에 5층 이상으로 건물을 올려 지을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층수규제 폐지가 이들 지역의 단독·다가구주택을 증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A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이태원이나 도봉동의 경우 집들이 오래되고 낡았지만 집 수리 비용으로 수억 원이 넘는 부담 때문에 집주인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증축이 가능해지면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고치는데 들어가는 상당 비용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정비에 나서는 집주인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전용59㎡ 15가구로 구성된 용산구 5층짜리 빌라의 경우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개·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3.3㎡당 보통 100만∼200만원 정도다. 건축비 2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주택 개·보수에 총 5억40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 빌라를 1개층 증축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기준으로 3.3㎡당 평균 370만원 가량이다. 증축에 필요한 총 건축비는 2억원으로 주택 개·보수에 투입되는 5억4000만원을 더하면 5층짜리 다가구주택을 6층으로 높여 지을 때 7억4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현재 이태원동 인근의 전용59㎡ 규모 빌라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원 정도로 1개 층 증축으로 3가구가 늘어나게 되면 총 6억원의 자산증식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증축이 없이 집을 고칠 경우에는 5억4000만원을 집주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지만 가구수가 늘어나면 1억4000만원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산술적인 계산이지만 새로 지어진 빌라를 팔거나 임대를 놓으면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집주인들이 주택을 정비할 때 져야하는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4구 플랜’과 맞물려 있는 도봉구는 노후주택 정비는 물론 구도심 슬럼화로 쇠퇴했던 상업지역에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층수규제가 이번에 함께 폐지됨에 따라 슈퍼마켓, 병원, 음식점 등이 들어서는 근린생활시설을 증축할 수 있는 길도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주거용건물에 대한 층수규제가 폐지되면 상업지역 재정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봉구는 주거지와 상업지역을 연계해 도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도시재생 등을 통해 지역정비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층수규제 폐지 지역에 포함된 서초동 법조단지 인근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빌라 등 다가구주택 주거지와 상가건물들이 도봉구나 용산구에 비해 낡지 않았고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된 곳이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건축물 정비에 나서는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임대료 수준은 1층 상가(전용99㎡)를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서 1억원, 월세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방 두 개의 빌라(전용72㎡)는 보증금 3000만원에서 7000만원, 월세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법조타운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서울고등, 중앙지방법원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기존 상권을 인근 고급 아파트와 오피스 거주자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미 안정적인 상권이 형성됐고 임대로 나와 있는 다가구주택도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증축에 나서는 집주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