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쾰른필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 경외”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5 16:56

수정 2014.10.29 23:07

쾰른필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 경외”

"새가 나는 것을 볼 때, 호수에서 다이빙을 할 때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그 순간, 가슴에 '펑' 소리가 납니다. 영감이 솟구칩니다. 삶은 음악이고, 음악은 내 삶이에요."

독일 명문 악단 쾰른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48·사진). 국내선 이름값이 센 편이 아니지만 유럽 현지에선 다르다. 광활한 레퍼토리, 개성 강한 해석으로 평단과 관객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귀하신 몸'이다.

국내선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쾰른필의 명성도 마찬가지다. 서열이 엄격히 정해져 있는 독일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187년 전통의 쾰른필은 명가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브람스의 '2중협주곡'(1887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1895년), 말러의 '교향곡 5번'(1904년) 을 세계 초연한 악단도 쾰른필이다.

지난 2003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어온 마르쿠스 슈텐츠는 올해 그의 마지막 임기를 앞두고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e메일 인터뷰로 만난 그는 "여러 한국 음악가들과 작업한 적 있다. 내가 아는 한국은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깊은 나라다. 그러니 첫 공연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는 소감을 밝혔다.

쾰른필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 경외”

베토벤, 브람스, 말러, 브루크너 일색이었던 최근 독일 악단의 내한 레퍼토리와 달리 그가 고른 음악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다.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알프스 21개 풍경을 담은, 마치 산악영화를 보는 듯한 곡이다. 그는 "슈트라우스 음악은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알프스 교향곡에서 그걸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교향곡의 표현력은 말할 수 없는 경지에 가 있다. 알프스에서의 일출부터 일몰까지, 들뜬 느낌부터 위험한 감정까지 다 나온다. 등반하는 즐거움, 정상에 오른 기쁨, 하산할 때 만나는 천둥번개까지 그 모든 과정과 순간들이 생생히 들어 있다. 정말 기막힌 음악"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슈텐츠는 "쾰른필이 그 음악적 이미지를 소리로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는 말도 했다.

음악감독으로 헤르만 아벤트로트, 귄터 반트, 마렉 야노프스키가 거쳐간 쾰른필의 사운드는 고풍스러운 매력이 남다르다. '어둑어둑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흐르는 깊이 있는 음색, 독일풍 고흐 그림 분위기'(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라는 평도 있다. 슈텐츠는 "뛰어난 음악가들을 가진 오랜 전통 덕분이다. 정교한 조율을 위해 부단히 힘쓴다. 곡의 어려운 부분이나 악보의 특정 부분을 정리하며 끊임없이 탐구한다"고 했다.

그는 20대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젊은시절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하고 몬테풀치아노 예술제 음악감독, 런던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으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그의 맹렬한 도전의 바탕엔 '적극적인 호기심'이 있었다. "내 다양한 도전의 요소는 넘치는 호기심이다. 운동선수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과 같은 도전은 아니다. 나는 단지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외한다. 그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마주하는 기회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지난 10년간 쾰른필과 함께한 소회를 물어보니 "풍요로운 경험이었다. 가장 큰 발견은 바그너의 주요 오페라들을 올린 공연이었다. 앞으로 어디에 있든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내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투적인 음악가의 일상은 대단히 평온하다. 스스로 "난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그는 "아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우린 모두 수영을 대단히 좋아한다"는 말도 했다.

쾰른필의 내한 공연은 오는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강력한 협연자 베를린필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는 이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려준다. 8만∼23만원. (02)599-5743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