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시·군의장단협의회(회장 임기중 청주시의장)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도내 전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외유성 연찬회를 떠나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청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 의장단은 이날 오후 2시 청주공항에서 2박3일간 제주도로 연찬회를 떠났다. 3일간 열리는 이번 연찬회는 보좌 비서진까지 포함한 27명이 동행, 제주도 일원에서 ‘시·군의장단협의회 리더십 함양 세미나’를 갖는다.
의장단이 묵는 숙소인 제주 P호텔의 일일 숙박료는 15만원 안팎이다. 일인당 52만원의 여행경비는 각 시·군 의회 지방의회회장협의체 부담금 중 일부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I 발생으로 도내 전체가 비상인 상황에 굳이 연찬회를 강행했어야만 하는가다. 이번 연찬회는 지난 달 의장단협의회 회의에서 계획된 것으로 AI 발생 후 취소가 가능했다.
그러나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기중 청주시의장은 숙박업소 사전 예약 등을 이유로 강행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한 교육 일정도 외유성 연찬회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연찬회 학습 일정은 5일 오후 모 대학 교수의 ‘지방자치와 리더십 함양’이란 주제의 특강이 전부다.
이튿날 6일 의장단은 ‘극기 훈련·체력 단련’을 위해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7일 마지막 일정으로는 ‘문화관광활성화 사례 견학·체험’을 하고 이날 오후 청주공항을 통해 돌아온다. 현지 관광프로그램에 맞춘 여행성 일정 일색이다.
선진지와 교육 장소 등 세부 일정은 전체 일정에 명시조차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도내 지자체는 장비, 인력, 살 처분 보상금 확보 등으로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 이를 도와야 할 시·군 의원들이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계획된 시·군 일정을 전면 취소한 이시종 지사와 직접 현장 방역에 나서는 각 지자체장, 시·군 공무원들의 모습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시민은 “조류인플루엔자로인해 충북 지자체가 살처분과 방역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인데 주민대의기관의 대표라는 인사들이 연찬회를, 그것도 제주도로 떠난 것은 초등학교 수준의 발상”이라며 “이들이 과연 주민대표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떠나 주민감사청구 등을 통해 혈세로 지출되는 경비를 회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시·군의장단협의회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실시하는 연찬회”라며 “AI 문제로 연기를 심각히 고민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찬회 참석자 명단
▲임기중 청주시의장 ▲정태갑 충주시 부의장 ▲김호경 제천시의장 ▲이의영 청원군의장 ▲홍관표 괴산군의장 ▲박석규 증평군의장·윤해명 부의장 ▲신태의 단양군의장·장영갑 부의장 ▲박희태 옥천군의장 ▲오병택 영동군의장 ▲염정환 진천군의장 ▲이달권 보은군의장·박범출 부의장
*손수종 음성군의장(AI 방역 관계 불참)
(충북=뉴스1) 김용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