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이 정상적으로 계좌이체된 금액을 예금주에게 확인하지 않고 무단으로 이체를 취소했다가 피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예금주는 이 은행이 송금인의 이체 취소요청 전화통화만을 근거로 입금된 돈을 빼내가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은행 측이 송금인과 함께 손해를 모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우광택 판사)은 A씨가 "비정상적 계좌이체 취소로 피해를 입었다"며 B시중은행과 이 은행 직원, 송금인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중국의 한 중소도시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숙식(민박)을 제공하는 일을 해온 A씨는 지난 5월 28일 중국인 전모씨로부터 "조모씨가 한국 돈 15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하고 싶어하는데 A씨 계좌로 돈을 입금할 것이니 입금이 확인되는 대로 자신에게 10만달러를 전달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이전부터 전씨를 잘 알고 있던 A씨는 이 말을 믿고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입금 내용을 확인한 후 남편을 통해 전씨에게 해당 금액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30분 뒤 A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계좌취소가 돼 다시 1500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문제가 생겼다.
당황한 A씨는 "송금은행인 한국의 이 은행 모 지점에 알아보라"는 수취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해당 지점에 전화를 했지만 직원은 "조씨가 중국 현지에서 전씨에게서 돈을 못 받아 사기를 당했다며 국제전화로 취소요청을 해 이체를 취소했다"고 답한 것.
조씨는 A씨 남편에게서 1만달러를 건네받은 전씨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자 급하게 계좌이체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타행환공동망업무 시행세칙 등을 근거로 "전씨가 조씨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이는 당사자 간의 문제이지, 이미 적법하게 예금채권을 취득한 자신에게 피해를 돌려서는 안 된다"며 소송을 냈다.
현행 타행환공동망업무 시행세칙은 다른 은행 간 송금에서 창구의 오조작 등 의뢰기관 내부 오류에 의해 발생한 거래만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 역시 계약불이행 사기가 있었다 해도 금융기관이 여기에 관여해 임의로 계좌이체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시중은행 직원이 조씨의 부탁을 받고 임의로 이체금액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고 이로 인해 A씨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직원과 사용자인 해당 은행은 연대해 1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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