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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전문기자의 핀치히터] 두꺼운 허벅지는 투수의 자존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7 16:47

수정 2014.10.29 17:07

'빙속 여제'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가수 아이유의 허리 둘레와 같다. 그런 허벅지로도 모자라 이상화는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3㎝나 두께를 늘렸다. 기왕에 남들보다 굵은 허벅지를 가진 운동선수가 다시 두께를 3㎝ 늘리려면 엄청난 땀을 흘려야 한다. 남모르게 흘린 눈물도 많았을 것이다. 허벅지는 빙속 여제의 자존심이다.



선동열(KIA 감독)은 1996년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 5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한국의 '국보급 투수'라던 선동열의 자존심이 처참히 무너졌다. 그해 겨울 선동열은 달라졌다.

선동열은 무시무시하게 뛰었다. 달리고 또 달렸다.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엔 그리 열심히 뛰지 않았다. 달리지 않고도 '무등산 폭격기'의 성능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최고 폭격기는 기능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피드는 여전했지만 볼 끝은 밋밋했다.

이듬해 선동열은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28을 기록했다. 바로 전해의 선동열이 저속의 민간 항공기였다면 1997년엔 완벽한 초음속 폭격기의 위용을 되찾았다. 그 차이를 가져온 것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허벅지 근육을 키워준다. 강한 허벅지의 힘은 몸통을 거쳐 팔로 전달된다. 볼 끝이 좋아지는 이유다. 1류 투수는 하체로 공을 던진다. 2류 투수는 상체로 던지고, 팔로 던지면 3류다.

팔로 공을 던지면 쉽게 지친다. 부상도 잦다. 반면 하체로 던지면 오래간다. 큰 근육을 쓰기 때문에 잘 다치지 않는다. 투수코치들이 동계훈련에서 '하체 쓰는 투구법'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달리기 하면 떠오르는 투수는 최동원과 박찬호다. 최동원은 경기 전에는 물론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달렸다.

지금은 익숙해진 투수의 러닝이지만 1980년대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최동원은 심지어 1970년대 대학야구 시절(연세대)에도 야구장 안에서 줄곧 달렸다.

최동원이 남달리 뛰어난 연투 능력을 갖춘 이유도 달리고 달린 덕분이다. 최동원은 하체로 공을 던졌기 때문에 경기 수나 투구 이닝에 비해 부상이 적었다.

박찬호에게 러닝은 일상이었다.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특파원들은 대개 경기 두 시간 전 야구장에 도착한다. 조금 있으면 어김없이 박찬호가 나타났다. 짧은 반바지에 땀복을 입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특파원들의 하루가 열렸다.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오승환(한신)은 "공식 데뷔전의 초구는 직구다"라고 예고했다. 직구는 오승환의 자존심이다.
일본 프로야구서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도 초구 직구를 예고했다. 두 투수 모두 남들보다 두꺼운 허벅지를 가졌다.
유니폼이 터질 것 같은 허벅지는 투수들의 자존심이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