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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국 문화콘텐츠, 세계에 자리 잡으려면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7 17:24

수정 2014.10.29 17:03

[여의나루] 한국 문화콘텐츠, 세계에 자리 잡으려면

소치 동계 올림픽이 개막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화려했던 개막식에 대한 화제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한 개막식은 그들의 역사와 사회·문화·예술이 총망라된 문화콘텐츠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2년 전 런던올림픽 개막식이 유쾌함과 여유가 깃든 뮤지컬 형식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 이번 올림픽은 시종 우아함과 진지함으로 가득한 대규모 공연 형식을 빌려 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소치를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이번 개막식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거울의 의미로 다가온다. 정치적인 선동문구가 아닌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푸시킨 같은 대문호에서 칸딘스키와 샤갈, 차이콥스키를 통해 문화를 한 번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를 통한 공감을 바탕으로 그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설파하고 러시아의 건재를 과시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침략과 억압으로 점철됐던 과거를 지나 현재는 소통과 공감의 패러다임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개막식은 현 시대에 있어 문화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를 넘어 그 어떤 수단보다 나라의 국력을 알리는 세련된 방법임을 증명한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4년 후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또 한류의 시대로 대변되는 이 시점에 우리 문화콘텐츠의 중요성도 한결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계에 우리 문화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한 몇 가지 선결 조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는 우리 문화에 내재된 보편성의 발굴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런던과 소치의 경우 그 나라의 설화·역사를 문학·음악·예술과의 결합을 통해 시대와 계층, 성별과 인종을 뛰어넘는 보편적 콘텐츠로 훌륭히 재가공했다. 우리도 얼마든지 한글, 한옥, 한식, 선비문화와 같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유무형의 전통문화가 풍부하다. 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 발굴하고, 콘텐츠화하는 체계적 작업이 시급하다.

둘째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수용자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과거 한류 성공을 토대로 우리 문화에 대한 특수성, 우월성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지정학적 위치 문화혼종성(Cultural Hybridity)이 우리 문화의 특성이라 백번 가정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정착시키기까지의 문화 장벽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수용자에 접근하기 전 해당 지역의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 조사가 선행된 후 이에 따른 맞춤형 전략 수립이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이 더 큰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문화가 첨단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해 뛰어난 융·복합 콘텐츠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문화와 접목시키는 CT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유튜브의 싸이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9억건을 넘었다는 소식이 최근에 전해졌다. 인터넷 인구 24억명의 80%가량이 시청했다는 뜻으로 이는 하나의 기회의 숫자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미 소녀시대, 조용필 등 대표 뮤지션의 앨범 작곡에 외국인이 대거 참여하고 아이돌 그룹 멤버에 다수의 외국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에도 활발한 해외 합작이 이뤄지고 있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특유의 개방성과 발 빠른 대응전략을 통해 현재의 한류를 만들어 온 경험이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일본 법인 대표인 '와타나베 요시미'(46)가 ''빅뱅'을 일본인들은 한류로 인식하기보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언급했던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문화콘텐츠를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닌 것으로 접근하고 또 상대방이 그렇게 인식할 때 그리고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소홀히 하지 않을 때 문화콘텐츠를 통한 나라 알리기의 기회는 계속 열려 있게 될 것이다.

서병문 단국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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