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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7) 경찰·해양경찰 “제2 염전노예 막아라”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가출·실종자 일제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와 평택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17일 서해 국화도 인근 김 양식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및 임금체불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경찰이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가출·실종자 일제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와 평택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17일 서해 국화도 인근 김 양식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및 임금체불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 화성(경기)=윤경현 기자】 이달 초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진 뒤 경찰은 지난 10일부터 전국의 염전·양식장 등 2만6224곳에 대한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수색을 진행 중이다. 장애인이나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금 및 노동력 착취 등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와 평택해양경찰서가 화성시에 속한 서해의 섬과 양식장에서 합동으로 벌이는 일제수색에 동행해 단속 경찰들의 활동상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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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8시40분, 경기 평택항의 해양경찰 전용부두에는 경찰용 선박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있었다. 평택해경 소속의 이들 선박은 500t급 1척과 300t급 2척을 비롯해 각종 오염물 누출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방제정, 특수정까지 모두 12척이다. 이 중 기자는 단속경찰과 함께 작은 30t급 'P128' 형사기동정을 탔다. 지난 2002년 건조돼 10년이 넘었다. 일반 배로 치면 선장인 장환덕 정장(경위)은 "배가 작을수록 바람에 많이 흔들리는데 오늘은 날씨가 봄날처럼 좋아서 다행"이라며 "바람이나 안개가 거의 없어 수색작업에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화성서부경찰서 김충우 여성청소년과장과 평택해경 형사계 유범선 경사 등 실질적으로 수색을 진행할 5명의 주인공들이 배에 올랐다. 유범선 경사가 "1년에 2회 정도 도서지역에 대한 실종자 수색을 실시하는데 경찰과 해경이 합동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전 8시50분 형사기동정은 힘차게 서해의 단속 대상지를 향해 출발했다.

■단속경찰 "몸 두 개라도 모자라"

김충우 과장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여성청소년과가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 예방활동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실종자 찾기 일제수색까지 진행하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다. 김 과장은 "관내에 초·중·고교가 69개나 되는데 학교전담 경찰관은 4명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14일에는 31개 학교가 동시에 졸업식을 치르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일제수색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염전과 농장 등을 주로 둘러봤다. 겨울이라 염전은 대다수가 보수공사 중이고 4∼5월이나 돼야 소금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하나하나 확인을 해봤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주인과 가족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며 "일이 몰릴 경우 인력파견 업체에서 잠시 데려다 쓰기도 하는데 전부 육지에 있어 인력을 구하기도 쉽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자기들은 '굳이 불법행위를 저지를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과 내일은 관내 가두리 및 김 양식장 47곳을 둘러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의 관할지역인 화성서부경찰서에 접수되는 실종·가출 건수는 1년에 200여건이며 여기에 다른 경찰서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오는 것까지 포함하면 300∼400건에 달한다. 수원 등지에서 가출한 이들의 위치추적을 해보면 김 과장의 관할인 제부도에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단다.

김 과장은 "1년에 서너 차례 가출·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벌이지만 장기 실종자를 직접 찾은 적은 없다"며 "그날 집을 나간 사람을 그날 찾는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1시간40분여를 달린 끝에 "입파도에 도착했다"는 장 정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섬 입구에 위치한 우럭 양식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먹이를 자주 줘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한쪽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양식장에 올라가 봤지만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미리 수색 정보가 새나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범선 경사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고는 양식장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수색을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수온이 낮아 겨울에는 이곳에서 양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남 통영으로 이동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 경사는 "허탕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양식장 주인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예방적인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출 및 실종자 일제수색에 나선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및 평택해양경찰서 경찰관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가출 및 실종자 일제수색에 나선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및 평택해양경찰서 경찰관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허탕은 없다'… 예방 효과도 커

장 정장이 국화도로 키를 돌렸다. 30여분이 지나자 국화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먼저 김 양식장을 조사할 요량이었는데 바닷물이 빠진 상태여서 접근이 쉽지 않았다.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깃발을 흔들고 큰소리로 방송을 한 후에야 그들과 만날 수 있었다. 동티모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형제였다. 유 경사는 이들에게 폭행이나 임금체불, 식사시간 보장, 장애 여부 등을 물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온갖 '보디 랭귀지'가 동원됐다.

접안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형사기동정은 부두에 댈 수조차 없었다. 김 양식장 작업배를 얻어 타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섬으로 들어갔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조개껍데기가 덕지덕지 붙은 벽에 바짝 기댄 채 엉금엉금 가야 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탓에 손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겼다. 유 경사는 이곳 어촌계장을 상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산출 방식 등을 꼼꼼하게 캐물었다. 어촌계장은 "숙식은 물론 기호제품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을 쓰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며 "하지만 열심히 일을 잘하기 때문에 김 양식이 끝나도 월급을 주면서 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든 국내 인력이든 사람을 쓰지 않으면 양식장이나 염전이 돌아가질 않고 종업원을 쓰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라며 "업주 입장에서는 이익이 남아야 인권에도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인시간 내서 예방활동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이날의 수색 작업은 마무리됐다. "가출·실종자를 발견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더니 김 과장은 "발견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가출·실종자가 없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과거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꼽혔던 '새우배'는 경찰과 해경의 집중단속 덕분에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새우배는 계속 바다에 떠 있고 선주가 생필품을 다른 배로 실어다주고 어획물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것이다. 계속 배 위에 붙잡아두고 일만 시킨다는 얘기다.

유 경사는 "평소에도 섬 지역에서 예방활동을 꾸준히 벌이기 때문에 인권유린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별도의 카드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염전이나 양식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일하게 됐는 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선주나 양식장 주인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잘 대해줘야 오래, 성실하게 일한다'고 설득하는 거죠. 사실이 그렇고요. 김 양식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5명 중 3명이 외국인인데 보통 2∼3년씩 일을 합니다. 중간에 브로커의 꾐에 빠져 도망가게 되면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되고 어민은 조업을 포기하는 불행한 일이 생기기도 해요."

유 경사는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며 "구석구석 뒤져보고 싶지만 개인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 다 할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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