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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관능의 법칙-40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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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관능의 법칙-40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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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관능의 법칙-40대를 말하다

<관능의 법칙>에서 신혜(엄정화), 미연(문소리), 해영(조민수)은 같은 40대다. 학창시절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은 지금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현재 그녀들의 삶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케이블 방송 PD인 신혜는 골드미스로 얼마 전 직장 동료에게 배신당한 뒤 지금은 어린 남자와 만나고 있다.

유부녀인 미연은 자식들을 외국에 보낸 뒤 남편과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섹스를 하는 즐거움에 산다. 싱글맘인 해영은 지금 딸 몰래 목수와 연애 중이다.

<관능의 법칙>이 40대 여성에게 특히 흡입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평범한 여자로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삶의 유형이 영화 속 세 여자주인공들에게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삶의 유형이라 했지만 그건 차라리 4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애환’같은 것이다.

일에 몰두하며 당당한 골드미스로 살아가는 신혜는 사실 사랑이 고프다. 아닌 척 해도, 아닌 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 탓에 직장 동료에게 심한 배신을 당한 그녀지만 얼마 되지도 않아 어린 남자 현승(이재윤)의 접근에 쉽게 불타오르고 만다. 신혜의 고통은 외로움과 함께 당당한 척하는 것이다.

일찍 결혼해서 자식들까지 잘 키워낸 미연은 그나마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평범함에 함정이 있는 줄 조만간 깨닫게 된다.

일주일에 세 번은 꼭 해주던 남편 재호(이성민)가 사실 하기 전에 몰래 발기촉진제를 먹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남편에게는 다른 여자까지 있었다.

이혼을 결심하지만 친구들은 얄밉게도 이런 조언만 한다. “야! 남편보고 일주일에 세 번 해달라는 건 출세하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요구야.”

마지막으로 목수인 성재(이경영)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해영의 고통은 정착하고자 하는 욕망에 있다. 혼자서 딸을 키워낸 싱글맘이다 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재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전처를 암으로 보낸 성재는 결혼해서 함께 살자는 해영의 요구에 이렇게 말한다.

“결혼은 생활의 방식이지, 사랑의 방식은 아니라고 봐요.”

이처럼 40대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관능의 법칙>은 사실 남녀불문하고 세상 모든 40대를 위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생에서 40대는 자칫 공허하기 쉬운 나이다. 누가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마흔은 사실 인생의 작은 경계선 같은 지점이다.

젊음과는 어느 정도 멀어졌고, 한창 때 가졌던 꿈이나 목표는 지금 가속도가 붙지 않은 상태면 이젠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마흔에 자신의 꿈이나 목표에 가속도가 붙는 이들은 세상에 별로 없다.

대신 마흔 이후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한 켠에 조용히 자리하기 시작한다.

결혼을 했든 안했던 별 차이가 없다.

40대의 부부란 여전히 금슬이 좋아도 영화 속 재호의 말처럼 사랑이라기 보다는 ‘의리’에 더 가깝기 마련. 마흔이 넘어가면 그렇게 일이든 사랑이든 무미건조하고 공허해지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40대의 삶은 내리막길의 시작을 알린다.

적어도 젊었을 때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에게 마흔은 병이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마흔부터 인생은 서서히 시들어간다.

하지만 시든다는 건 역시 슬픈 일이다.

때문에 <관능의 법칙>에서 40대의 세 그녀들이 “타 죽기 전에 불타오르자”며 시들어가는 현실에 저항하려 안간 힘을 쓰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눈물겹다. 암에 걸린 해영이 말한다.

“우리 나이에는 오르가즘보다는 암이 더 어울리나봐.”

그러나 40대는 동시에 깨달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다치는데도 이젠 이골이 날 때가 된 만큼 좀 더 넓고 크게 보기 시작하는 나이가 바로 40대 아닐까.

마흔을 괜히 ‘불혹(不惑: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됨)’이라 할까.

덕분에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같지 않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게 돼 남들이 뭐라 해도 이젠 자기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나이이기도 하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소싯적 뜨겁기만 했던 사랑에 많이 데어본 만큼 이젠 다소 미지근해도 깊이 있는 사랑이 가능해지는 게 또 40대부터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삶의 여유’라 말하기도 한다. 여전히 바쁘고 힘들지만 그래도 사는 맛을 조금 안다고나 할까.

그렇다. 40대가 좋은 건 <관능의 법칙>의 세 그녀들처럼 고통마저도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쉽게 넘길 수 있는 여유에 있지 않을까. 영화 속 그녀들도 마지막에 당당하게 소리친다.

“그래도 우리가 우아한 맛은 좀 있잖아!”

13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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