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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도시재생이다] 버려진 ‘광산’ 한해 20만명 찾아...도대체 무슨일이?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선(강원)=탐사보도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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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22개가 있어 첩첩산중으로 불리는 강원도 정선에서도 사람들이 좀처럼 찾지 않던 구석진 곳의 주소다. 지난 2001년까지만해도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탄광이었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삼척탄좌는 지난 1964년 1월 개광한 이후 지난 2001년 10월 폐광까지 38년간 무연탄 3058만9000t을 생산해 1960~70년대 경제발전을 이끈 원동력으로 불리던 곳이다. 한 때 광부의 수가 3000명이 넘는 등 융성하고 부유했다. 하지만 채산성이 악화된 탄광을 정리하겠다는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폐광된 이후 지난 10년간 삼척탄좌는 버려진채로 폐허 상태였다. 폐광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을 만큼 암흑 천지였다. 택리지에서 '무릇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고 표현했던 그 옛날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 간 듯했다.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버려졌던 이곳이 최근 사람이 부쩍 늘어나는 곳으로 탈 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폐광지역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삼탄아트마인'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쩍 거리고 있다. 국내 최초의 아트테마파크인 '삼탄아트마인'은 과거 삼척탄좌의 흔적이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장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적 요소를 가미해 즐기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되고 있다.



■역사, 예술을 품다

서울에서 차를 몰아 3시간 거리. 강원도 깊은 산속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에 도착하면 현대식 건축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옛 모습 그대로의 삼척탄좌 사무실 건물과 만난다. 이어 주변에 직경 6m, 깊이 600m의 원통형 수직갱, 지하 채광현장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수갱탑 등 예전 탄광이 운영되던 시절의 거대한 건축물들이 수십년의 시간을 견디며 여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겉모습만 보면 삼탄아트마인은 10년 전 버려질 당시 모습과 바뀐 것이 없다. 현대적이며 예술적인 건축물과 최신식 시설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197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삼탄아트마인의 외관에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한 느낌이 나는 커피향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곳곳에 걸려있는 미술 작품, 탁 트인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정선 지역의 아름다운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문 하나를 두고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만 삼탄아트마인 전무이사는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줄임 말인 '삼탄'과 예술(Art), 광산의 (Mine)을 합쳐 지은 이름"이라며 "건물만 옛 모습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버려지는 철근이나 파이프 등 폐품도 작가의 손길을 거쳐 작품으로 재창조했다"고 설명했다.

삼탄아트마인은 폐광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오래되고 낡은 건물은 철거하는 대신 탄광지역이라는 역사성을 가진 건물의 외형을 그대로 활용해 내부 공간만을 현대적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존 폐광지역이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기자재들을 폐기처분한 이후 전혀 생뚱맞은 건물을 올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

전시장 관람 방식도 1층에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광부가 석탄을 찾아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듯이 관람객들도 예술을 찾아 옛 삼척탄좌 사무동의 꼭대기 층인 4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도록 구성됐다.

먼저 4층은 내외국인 레지던시 작가가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숙소 겸 작업 공간과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카페의 모든 좌석은 창 쪽으로 배치돼있어 사철 달라지는 함백산의 풍경을 아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4층을 시작으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과거 역사 공간을 예술적 전시공간으로 바꾼 다양한 전시장과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광부들이 쓰던 화장실과 세탁실, 세화장 등의 소소한 공간도 활용해 작품을 전시했다.

△이벤트·설치·개념미술의 도입과 발전에 중추적 역활을 한 이건용 작가의 작품 등이 전시된 '현대미술관 캠(3층)' △월급명세서, 회의록 등 삼척탄좌 40년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한 전시공간인 '삼탄뮤지움 자료실(3층)' △김민석 삼탄아트마인 대표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수집한 150개국, 10만여점의 미술품을 전시한 '세계미술품 수장고(2층) △옛 광부 1000여명이 동시에 사워를 했던 샤워실을 전시공간으로 바꾼 '마인갤러리4(2층)' △탄광에서 캐올린 석탄을 집합시키던 수갱을 설치미술 시설로 바꾼 '레일바이뮤지엄(2층)' △과거 탄장 장비를 고치던 정비공장은 '832L'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1층) 등이 대표적인 전시장이다.

평택에서 한백산 눈꽃을 구경하고 삼탄아트마인을 찾은 배영숙씨는 "예전 탄광시설을 예술 전시장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신기하다"며 "북경의 789예술구에도 가봤는데 거기에 비해서도 괜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경 789예술구는 버려진 공단지역을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중국 폐허지역 재생의 대표 사례다.

■한국의 '졸베라인'을 기대하며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삼탄아트마인은 폐광 이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던 삼척탄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었던 이곳에 지난 7월(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시점) 이후 6만5000명이 다녀갔으며 하루 최대 735명까지 방문한 바도 있다.

최근에는 폐광의 역사와 현대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장소성으로 예능 프로그램(SBS 런닝맨)과 드라마(SBS 유령), 영화(스파이) 등의 촬영장으로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 역사와 예술의 조화라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삼탄아트마인은 제6회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사례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단기간에 지역의 관광명소로 부상하는 데 성공한 삼탄아트마인은 인근에 여전히 버려진 채 남아 있는 시설들을 이용해 추가적인 예술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 전무이사는 "지금까지 126억5000만원을 투자해 마스터플랜의 60~70% 정도 완성됐다"며 "공기를 압축해 지하 채탄현장 구석구석까지 공급해주던 중앙압축기실은 '원시미술 박물관'으로 만들고 있으며 제2수갱탑과 보일러실 등도 다양한 예술 공간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탄아트마인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곳은 독일의 졸베라인 탄광이다.

독일 에센시의 졸베라인은 옛 산업시설을 문화 관련 시설로 변경한 대표적인 사례다. 졸베라인 광산은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산이었다. 1884년부터 100년간 운영되던 광산은 1986년 문을 닫은 이후 10년간이나 죽은 땅으로 방치됐다. 숨죽였던 광산은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광산의 거대한 굴뚝이 있는 보일러 하우스를 산업디자인의 중심인 '레드닷 디자인박물관'으로 개조하며 되살아났다.

실제 박물관과 극장, 디자인학교 등이 생기면서 10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방문객도 200만명이 넘는다. 특히 유네스코는 졸베라인을 산업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에센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전무이사는 "삼탄아트마인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20만명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 관광 명소로 만들어 내고 졸베라인이 에센시 전체에 활기를 넣은 것처럼 삼탄아트마인이 정선 지역을 '아시아의 문화수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탐사보도팀(최경환 팀장 예병정기자 채진근영상기자 박범준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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