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법원 “정부, KAI에 81억 지급하라”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가가 사업을 시행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당초 민간업체와 정한 계약금액을 감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한국형헬기개발사업'의 계약금을 둘러싸고 국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간에 벌인 법정다툼에서 법원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국가가 계약 당시 정한 계약금을 감액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발주처인 국가가 KAI에 정산금 차액 81억2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계약금액 감액 안돼"

23일 법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2006년 6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한국형헬기개발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돼 2012년 6월까지 헬기 납품을 완료하기로 계약했다. 같은 해 8월엔 한국형헬기 안에 들어갈 '임무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군수물자 연구개발 특수법인인 국방과학연구소가 추진했고, 역시 KAI가 납품을 맡아 2012년 6월까지 완료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했다.

그러면서 두 사업 모두 납품 후에 실제 발생원가로 계약금액을 확정하는 '일반개산계약'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원가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계약금액을 확정할 수 없는 무기개발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이후 KAI는 기한 내에 두 계약 모두 이행(납품)을 마쳤고 각 사업을 발주한 방사청과 국방연에 각각 7974억여원과 644억여원의 실제 발생원가로 정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사청과 국방연은 잔업비 산정방식과 설계결함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문제삼아 정산원가를 감액해 사업당 7850억원과 634억여원을 최종 계약금으로 확정, 통보했다.

이에 KAI는 "실제 발생원가로 계산한 정산원가를 조정할 근거가 없는데도 부당하게 정산원가를 감액했다"며 국가와 국방연을 상대로 미지급분 청구 소송을 냈다.

■"KAI에 81억원 지급하라"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최승록 부장판사)는 "방사청과 국방연이 아무런 근거 없이 정산원가를 감액했다"며 KAI에 73억6000여만원과 7억66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방사청 등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조 3항에 따라 정산원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시행령은 계약체결 전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한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실제 발생원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볼 경우 KAI에 불리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또 방사청 등이 계약금 감액에 대한 근거로 내세운 '예산부족'에 대해 "시행령에 따라 고려할 요소가 아니고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아니다"라며 "국가가 사경제(私經濟) 주체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약금을 감액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KAI가 제출한 원가자료의 신뢰성이 낮다거나 원가금액 계산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국가계약법 시행령 76조에 따라 부정당업자로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는 있어도 이를 근거로 정산원가를 일률적으로 감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일반개산계약에서 방사청 등이 정산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고 계약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email protected]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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