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회장 형제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재직하고 있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 임기가 조만간 만료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4조는 횡령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취업과 해당 기업체의 사업 인허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해당될 경우 법무부가 대상자를 해임하거나 해당 기업의 인허가를 취소토록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죄판결 받은 사람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경우가 없어 이 조항이 사문화돼 있다. 즉 현재까지는 이런 사례가 없어 법무부가 제동을 건 적이 없다는 얘기다.
2월 28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 회장 형제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최 회장 형제의 계열사 등기이사 재선임의 타당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재 그룹 내 직급인 회장직 외에도 상법상의 SK㈜,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SK C&C를 제외한 3개사에서는 대표이사 회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이 중 SK와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로 등기이사 3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와 SK네트웍스 등기이사 임기가 내달 끝난다.
SK 측은 등기이사 재선임 문제에 대해 "최 회장 형제는 물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일상적인 경영활동 외에는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태로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 형제의 실형이 확정되고 주총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이상 등기이사 재선임 문제를 내부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 형제의 등기임원 거취 문제는 현실적으로 최 회장이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 경영에 관여하기가 불가능한데다 사문화된 상태이긴 하지만 유죄판결이 확정된 기업인의 등기임원 재직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SK그룹측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검찰의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되자 법률상 계열사 사업허가 취소 및 업무제한 규정 때문에 ㈜한화,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SK 측은 단순히 법률 조항에 묶여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죄 확정 때문에 대주주가 물러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임기간 일어난 민형사상의 일에 대해 대주주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엔 대기업 오너들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오너의 등기이사 재직 여부는 오너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사회, 회사 전체,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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