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5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 당장 올해부터다. 임금은 56세부터 전년비 10%씩 줄어든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법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삼성은 2년 앞당겨 선제 대응에 나섰다. 정년연장법 수혜대상에서 빠진 1959~1960년생까지 혜택이 돌아간다. 재계는 삼성의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삼성모델이 산업계에 두루 퍼질지는 미지수다. 노조의 반발이 변수다.
정년연장법은 "사업자와 노조는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19조2)고 규정한다. 원래 재계는 정치권에 임금피크제 명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는 '임금체계 등 필요한 조치'로 두루뭉술하게 타협했다. 당연히 노조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60세를 고집한다.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1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59세까지는 정규직, 나머지 1년은 계약직으로 근무토록 했다. 현대차 노사는 피크제 도입을 논의할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진척이 없다.
현실적으로 대기업들은 무노조 삼성모델보다는 노조가 있는 현대차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기업의 정년은 평균 57세다. 이게 60세로 높아지면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이는 신규채용 축소로 이어질 게 뻔하다. 결국 피해자는 58~60세 아버지를 둔 청년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작년 6월 "임금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청년의 신규채용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나마 부모세대가 피크제를 받아들이면 아들·딸들이 입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노조는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상책은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한노총이 모두 탈퇴한 노사정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에선 환경노동위원회가 정년 연장 후속대책 등을 다룰 소위를 구성했으나 역시 갈 길이 멀다. 대다수 대기업 노조를 산하에 둔 민노총은 소위 참가 역시 거부했다.
삼성모델은 중소기업들에도 언감생심이다. 300인 이하 중기는 2017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된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기가 숙련된 근로자를 잡으려면 임금피크제는 입도 뻥끗하기 힘들다. 삼성모델은 삼성이니까 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2년 뒤 '정년 60세'를 안착시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 노조도 한발 물러서서 고통 분담의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의 간절함을 외면한 채 기득권만 고집하니까 자꾸 귀족노조 비판이 나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