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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유리지갑’ 된 월세소득.. “임대사업 말란 건가” 시장 대혼란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은퇴 후 서울에서 소형아파트 2채로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는 최모씨(56)는 지난주 정부가 내놓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정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되면서도 급작스럽게 임대소득 과세강화 방안을 내놓은 데다 앞으로 실질적인 임대수익이 줄어들 게 뻔해 생계에 타격이 예상돼서다. 최씨는 3주택 보유자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웃돌아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지역가입자) 등 부대비용도 상당히 늘게 돼 앞으로 세를 놓는 게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재산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자니 임대의무기간이 10년이고 임대료 인상분은 연 5% 이하로 제한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집 1채는 수년 안에 아들이 결혼하면 물려줄 계획이고 목돈이 필요하거나 시장변화에 따라 중간에 매도할 수도 있어 이래저래 자신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당장 임대소득이 줄더라도 집 1채를 팔아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가 전격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이 주택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단계적인 절차 없이 임대소득에 대한 무조건적인 과세방안이 마련되면서 임대시장뿐 아니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매매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고 실제 임대소득이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주택자도 임대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부정책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급하게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까지 빚어지고 있다.

■직격탄 맞은 다주택자

2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이 부동산시장에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우려가 높다. 지난해 4·1대책 이후 정부는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사실상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다주택자를 시장회복의 양대축으로 삼았다. 초저금리의 디딤돌대출을 시행하고 9년 만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임대시장에 대한 급진적인 과세 강화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돼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를 잡는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서울 서초 PB센터 이남수 PB팀장은 "갑작스레 임대소득이 모두 노출돼 다주택자들에게는 양도세중과를 뛰어넘는 메가톤급 악재나 다름없다"며 "안 내던 세금을 내게 되니 보유주택을 팔려 하고 임대사업에 뛰어들려던 신규진입자들은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대소득과 연계된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등 공과금의 부담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도 않아 다주택자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소득 과세, 속도조절해야

시장전문가들은 음성화된 임대소득을 장기적으로 양성화해 공평과세와 세원확보를 실현하려는 정부정책에 공감하면서도 문제는 타이밍과 속도라고 지적한다. 이제 겨우 시장회복의 불씨가 살아났는데 돌연 이에 반하는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자칫 지금까지의 정책효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여윳돈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신규로 주택을 많이 매입해야 본격적인 시장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는데 임대사업의 매력 저하로 매수동력 중 하나를 잃게 됐다. 임대시장도 물량공급이 줄어 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임대와 매매시장 모두 불안정한 흐름이 예상된다"며 "세원을 투명하게 하고 세입자 혜택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힘겹게 회복 문턱에 들어선 현 상황에서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강태욱 부동산팀장은 "일정한 계도기간을 두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준공공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과 면적조건을 완화하는 등 민간임대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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