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출신 퇴직 임원, 구조조정 기업 사외이사에 대거 포진
#. A그룹은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산업은행 출신을 전략적으로 임원으로 영입했다. 최대한 그룹이 해체되지 않는 방향으로 산업은행과 협상하기 위해서였다. 이 임원은 산업은행과의 협상을 주도했고 결과는 성공이다. 이 인사는 불과 몇 년 만에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 산업은행은 갑 중의 갑이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어서다. 일단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해당 기업의 명운은 전적으로 산업은행의 손에 좌우된다. 기업 관계자들이 "밉보이면 끝장"이란 말을 달고 다니는 이유다. 혹여 신문지상에 산업은행에 불리한 얘기라도 나오면 해당 기업은 즉시 산은으로 불려들어가 혼쭐이 나게 마련이다. 이들 기업이 최대한 산업은행과 줄이 닿을 수 있는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영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산업은행에 보험을 들게 된다"며 "특히 회사가 어려운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산은 출신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그 혜택을 적극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동양.STX.쌍용 등은 이들 산은 출신 인력이 경영부실화를 막기는커녕 결국 그룹이 해체됐다는 점에서 '전관예우의 자리 늘리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 출신, 구조조정 회사 포진
올해도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은 여전히 산업은행 출신들을 사외이사에 대거 신규 선임했다.
동부그룹은 계열사인 동부대우전자에 이어 동부하이텍도 김인철 산업은행 컨설팅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직 산은 부장이 사외이사는 아니지만 감사위원으로 등재되는 경우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 산은 기업금융4부 부장을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할 뜻을 밝혔다. 이 자리는 현직 산은 출신이 독차지해 왔다.
이 밖에도 신동혁 산은 부행장이 STX 사외이사로, 정경채 산은 부행장은 한진해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이미 주요 기업에 포진된 경우도 있다. 금호아시나그룹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금호생명(현 KDB생명) 등 5개 계열사에 6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이 최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아시아나IDT에는 산업은행 헝가리 법인장이 대표이사로 있으며 안양수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은 금호생명의 수석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실 막는 게 임무, 효과는 없어
산은 출신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산은은 기업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회사 상황을 속속들이 알아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오너 회사의 경우 구조조정 이행은 물론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며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산은 직원들을 파견했지만 기업 의결권 확보가 중요해 사외이사로 등재시키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간 기업의 경영 부실을 막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룹 붕괴 직전 슬그머니 사외이사에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룹이 해체된 동양그룹의 경우 동양시멘트에 김윤태 산은 부행장과 권영진 기업금융4부장이 전직 사외이사로 있었지만 부실화를 막진 못했다. STX그룹의 경우에도 STX조선해양.STX중공업.STX.STX엔진.STX팬오션 등 전 계열사에 산은출신 임원들이 사외이사로 올라 있었다.
산은 퇴직임원의 자리 만들기로 비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의 대표로서 현직 산은 부장들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퇴직 임원들이 사외이사에 선임되다 보니 자칫 자리 만들기로 비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재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동안 이렇다할 역할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거수기'에 불과했다"면서 "일부 그룹의 경우 공중분해되는 등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의 책임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재웅 이병철 김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