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안경렌즈 세계1위 ‘에실로’의 ‘대명광학’ 인수, “불허”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7 12:00

수정 2014.10.29 03:15

안경렌즈 세계 1위 사업자인 '에실로'가 의 국내 2위 '대명광학'을 인수,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려다 좌절됐다.

에실로는 2002년에 국내 1위인 '케미그라스'를 인수했는데 대명광학까지 가져가면 사실상 독과점이기 때문에 렌즈가격 인상이나 끼워팔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선 케미글라스와 대명과학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슬로가 대명광학의 주식 5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8일 제출한 기업결합신고서에 대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고 17일 밝혔다.

에실로는 프랑스 기업 '에실로 인터내셔널 S.A'가 지배하는 업체다. 세계 안경렌즈 제조·판매 시장 47%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에실로코리아㈜와 케미그라스 ㈜, 데코비젼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는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단초점렌즈시장(66.3%), 누진다초점렌즈 시장(46.2%) 등 모든 분야에서 1위 사업자가 되므로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단초점렌즈 시장은 기업결합 후 합산점유율이 2위 사업자 '한미스위스' 11.1%의 6배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렇게 될 경우 렌즈가격 인상, 끼워팔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국내 단초점렌즈 시장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대명광학이 가격경쟁을 주도, 렌즈가격이 하향안정화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누진다초점렌즈 시장에서도 최근 5년간 대명광학의 시장점유율이 5.5%에서 12.8%로 두 배 이상 증가해 호야, 칼자이스, 에슬로 등 해외고가브랜드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작용돼 왔다.

그러나 에실로-대명광학이 결합하게 되면 단초점렌즈와 누진다초점렌즈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소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게 공정위 생각이다.

공정위는 "안경원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경제 분석에서도 두 회사 제품의 대체관계가 높아 가격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국내에서 100만개 이상 생산업체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업자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에실로가 국내 유통채널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신규진입이 쉽지 않고 기존 유통업체에 대해 불리한 계약조건 강요도 가능하다.


공정위는 "에실로는 대명광학 매출을 100% 자신들 것으로 연결하는 등 지배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5년 후에는 대명과학의 나머지 지분도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며 "(기업결합 후)에실로가 굳이 (계열사인)대명광학과 케미그라스를 경쟁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안경렌즈 시장규모는 도매 1500억원, 소매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불허 사례는 2009년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글로벌 면세점 인수건 이후 5년 만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