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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교계 일부, 연말정산 기부금 사상 첫 공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7 17:02

수정 2014.10.29 03:09

올해 연말정산에서 종교계 일부가 사상 처음으로 기부금 공개에 본격 나서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베일에 가려졌던 종교계 기부금이 투명화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그동안 교회, 성당, 절 등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은 '성역'으로 간주돼 왔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별로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세청에 제출한 예가 전무했다. 이같은 서류 제출은 곧 '자금 노출'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기부금을 낸 신자가 연말정산을 위해선 해당 단체에 직접 방문, 관련 서류를 떼 원천징수의무자(회사)에게 제출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게다가 이마저도 현행법상 극히 일부 기부금에 대해서만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실제론 적게 내고도 많이 돌려받는 등 제도의 헛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7일 국세청, 종교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정산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2곳이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의료비 등과 같이 기부금을 낸 신자들은 해당 성당에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서류를 출력, 제출하면 되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관련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를 해 왔었지만 본당(개발 성당)에 신자들이 제출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경우가 많아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사회적으로 기부금 공제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고 신자들도 관련 서비스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연말정산을)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만해도 299개 본당에 120만명 가량의 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4인가구로 나누면 약 30만 가구에 이르는 숫자다.

이처럼 천주교를 중심으로 종교계 일부에서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모든 기부금 내역을 등록, 공개한 것은 기부자들에 대한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종교단체의 경우 신자들이 내는 헌금, 십일조, 시주금 등으로 대부분의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내역 공개는 곧 해당 단체의 수입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불문율도 여겨졌던 종교계 재정의 투명화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연말정산시 기부금 내역을 보다 편리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종교계와 협의를 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천주교 일부에서 올해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처음 등록했다"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종교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종교기부금은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내역서 제출을 꺼리고 있어 소득공제 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소득세법 시행령에선 기부금세액공제 대상금액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에 한해 전체의 0.5%이내에서만 표본조사를 통해 검증토록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종교기부금은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허위로 제출하던 관행이 만연돼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면서 "그만큼 세금이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많았던만큼 해당 종교단체들의 기부금 공개 참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근로소득·사업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시 기부금으로 신고한 금액만 종교기부금을 포함해 총 5조57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