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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화두 ‘규제 혁파’] 대통령 뜻 못 읽는 참모진, 청와대-행정부 또 엇박자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제 화두 ‘규제 혁파’] 대통령 뜻 못 읽는 참모진, 청와대-행정부 또 엇박자

청와대와 행정부처가 또 한 번 엇박자를 냈다. 규제개혁장관회의 개최를 둘러싸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과 행정부처 간에 손발이 안 맞아 지난달 말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빚어졌던 혼선을 20여일 만에 재연한 셈이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분야 관심사는 온통 '규제 혁파'다. 지난 2월 말 '경제개혁 3개년 계획'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면 그 실행방안의 핵심으로 규제 개혁을 내세운 것이다.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수립의 의미는 그동안 성장 위주 경제정책에서 탈피해 경쟁력을 갖춘 경제구조로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규제개혁이라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근간을 이룬다.

박 대통령의 최근 규제 혁파의 의지는 단호하다. 발언의 강도가 이를 방증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진돗개정신' '암덩어리' '쳐부술 원수' 등 표현의 강도가 점점 세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초 박 대통령이 신년구상에서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던 규제개혁장관회의가 매끄럽지 못하게 된 것이다. 17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정부의 사전브리핑이 있은 뒤 30여분 만에 돌연 오는 20일로 연기됐다.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와 관련된 사전브리핑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애초 지난 14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16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는 것으로 연기됐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바뀐 일정대로 김 실장은 16일 오후 3시부터 1시간30여분에 걸쳐 규제개혁 방안을 사전 브리핑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이로부터 1시간 뒤인 오후 5시30분께 총리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에서 "애초 17일 오전 10시에 청와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20일 오후 2시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총리실은 이후 보도자료에서 두 가지 이유를 연기 배경으로 들었다. 하나는 "규제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중심이 돼 규제개혁 제도개선을 보고하고 토론하는 방식보다는 규제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국민들께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청와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어제(15일) 오전 관련 보고를 받고 정부의 개혁의지를 밝힐 수 있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민간의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해 기업인을 추가 섭외하는 과정에서 되도록이면 많은 대상자가 참석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선 실무 준비 과정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회의 개최 시기를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종합해 보면 회의에 규제개혁의 수혜자인 민간 쪽에서 더 많이 참석하도록 하고,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서는 회의시간도 오전 10~12시보다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바꾸게 된 것이다. 행사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행사의 방식과 시기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결국 형식의 문제였다는 해석이 된다.

회의 하루 전에 갑자기, 사흘이나 연기된 것은 막바지 점검에서 회의의 형식과 내용이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요약보고집 형태로 자료집을 만들고 언론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까지 진행됐으나 갑자기 대통령 담화문으로 방식이 결정되면서 요약보고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담화문과 담화문 참고자료로 바뀌었다.

기재부는 이후 별도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자료를 별도로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과제는 요약보고에서는 100개 과제로, 담화문 참고자료에서는 37개 과제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59개 과제로 정리됐다.

이 같은 '엇박자 행정'을 두고 관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회의가 연기될 수는 있지만 두 번 연속 국민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로 청와대 참모진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중요한 정책 수립에 있어 청와대 참모진과 각 부처 간에는 수시로 의견 개진을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와 정책발표에 임박해서 일정을 바꾸는 것은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과 부처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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