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번쯤 해외에 나가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꼭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말 설고 물 선 이국이어서 고향의 맛과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절로 그리워지는 탓도 있지만 해외 유명 도시나 낙후된 도시 가릴 것 없이 눈에 쉽게 띄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우리나라 인사말 등에 대한 자부심도 한몫 하지 않을까 한다. 국내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해외에 나와보니 눈부신 경제발전과 세계를 이끄는 문화콘텐츠, 훌륭한 국가시스템을 갖춘 자랑스러운 나라, 이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동경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을 순간순간 실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가 불과 50년 만에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해외 근로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게 건설한류다. 기자는 지난 수년간 해외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 근로자들과 식사를 함께 할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애국자입니다. 그러나 여기 계신 분들을 보니 감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네요. 머나먼 이국에서 가족과 나라를 위해 온몸으로 애국을 실천하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라는 말로 건배사를 시작한다. 기자가 이들을 진정한 애국자라고 느끼는 데는 이들이 해외현장에서 휴일도 없이 24시간 작업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몸담고 있는 회사를 위한 일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브랜드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현장의 고참급 근로자는 "국왕이 직접 우리만 믿는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에 대한 신뢰가 커졌습니다. 해외 발주사들도 해당 프로젝트 공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공사이거나 공기가 촉박한 경우 제일 먼저 우리나라 건설업체를 찾습니다. 그만큼 해외에서 기술력이나 공사수행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 치의 방심이나 나태함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얼굴이 검게 그을려 순박한 흰 눈동자가 더 도드라지던 그 근로자의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런 순박한 애국자들이 식사 중간이면 으레 기자의 손을 잡으며 하는 말이 있다. "해외금융을 비롯해 체계적인 지원만 뒷받침되면 이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투자개발형 사업을 비롯해 해외에 정말 먹거리가 많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건설사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업체 등과 상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긍정적인 일이 있어 다행이다. 정부가 '세계 5대 해외건설강국 진입'을 선언하고 이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월말 기준 올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액은 162억달러에 달한다. 올 목표액 7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의 빠른 행보다. 해외에서 일하는 이들 애국자들의 고충어린 말에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이 답할 차례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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