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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밸런타인,달콤 쌉싸름한 10대 성장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0 17:29

수정 2014.10.29 02:24

어쨌든 밸런타인,달콤 쌉싸름한 10대 성장통

학창시절이 정말 따뜻한 봄날이기만 했을까. 질풍에서 벗어난 이들이라면 환각의 장치를 빌려 그 시절을 아름답게만 떠올리는 능력자가 될 수 있지만 한창 태풍 속에 놓여있던 이들은 그 순간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입시라는 게 스타일만 달리 했을 뿐이지 어느 시대였건 청춘들의 발목을 잡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사소한 현상 하나에도 바람같이 흔들리는 감수성을 지닌 소년·소녀들의 하루는 하늘과 땅을 자주 오간다. 성장통 없이 순순히 어른이 되기란 만무한 법이다.

강윤화 작가의 '어쨌든 밸런타인'은 여섯명의 고교생 일기다.

아버지의 폭력이 트라우마가 돼 여러번 자살을 시도했던 유현, 그런 유현을 오랜 세월 쫓아다닌 소심남 재운, 쌍둥이로 태아났지만 물과 기름 같은 홍석과 진석 형제, 고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지만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던 다정과 이수. 재운의 이야기로 시작해 홍석, 유현, 진석, 다정, 이수, 다시 재운, 유현의 여덟 가지 이야기로 끝나는 소설은 지금 10대의 고민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끌린다.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은 지금의 실제 10대들을 그대로 본뜨고 있는 듯해 여섯 명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인지 끝까지 확인하게 만든다. 무엇이 유현의 얼굴을 그토록 창백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쌍둥이 형제들은 왜 서로를 겨누고 미움의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간 것일까.

찬찬히 10대의 눈높이로 내려가 그들의 심리를 내밀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힘이다. 다정은 졸업식날 학생 대표로 강단에 올라 이런 연설을 한다. "봄이 시작된 줄 알았던 고교생활은 실은 3년 내내 겨울이었다. 포기, 좌절, 실망하는 법만 배웠지만 멈추진 않겠다.
3년 전 입학식과 비교해도 지금 이 자리는 앞으로 갔든, 뒤로 갔든 제자리 걸음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달콤 쌉싸름한 성장통으로 참된 성장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달콤하면서도 시리고 아프고, 때론 고약하기도 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어른들일 것 같다. 책은 제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