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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단호한 의지로 대중친화적인 음악 담았다”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6 08:25

수정 2014.10.29 01:30



‘어린왕자’, ‘소셜테이너’, ‘감성 발라더’, ‘열혈 락커’ 등등 가만히 살펴보면 이승환은 상당히 극과 극을 넘나드는 뮤지션이다.

의식 넘치는 뮤지션 같은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편안한 동네 형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승환의 모습은 당혹스럽다기보다 유머와 위트가 동반된 유쾌함을 선사한다.

약 4년만의 정규앨범 ‘Fall To Fly-前’를 기념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승환의 이 같은 반전 매력은 여전히 유효했다.

앨범의 완성도에 대해 자신감 넘치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10집 앨범 이후 내 인생 가장 벼랑 끝에 몰려서 이번 앨범에 사활을 걸고 있다”라며 자조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언변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제공했다.

◇“무조건 다시 일어서야한다는 단호한 의지로 대중친화적 음악을 담았다”

‘Fall To Fly’라는 앨범명은 비상을 위한 추락이라는 뜻으로, 사람은 바닥을 치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타이틀곡을 밝고 부드러운 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너에게만 반응해’로 정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이다.

타이틀곡에 대해 이승환은 “사랑의 아픔 같은 게 이제 흔적이 다 지워져서 슬픈 곡을 잘 못 쓰겠더라. 그래서 밝은 곡을 타이틀곡으로 했다. 선공개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정말 힘들게 쓴 곡이다”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승환이 타이틀곡을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정한 것은 이번 ‘너에게만 반응해’가 처음으로, 이승환은 “사회적으로 답답한 일이 많아 가수로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사명 같은 게 있었다”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이승환은 “10집이 역사의 뒤안길로 묻혔다. 4년 동안 작업을 안 하고 있으니 추억을 같이 공유하는 곡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다”라며 “이 노래를 안 알아주면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이번 앨범이 자신에게도 특별한 앨범임을 밝혔다.

또한 그는 “일단 미국에서 녹음을 했는데 대중적인 곡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한국에서 4곡을 새로 만들었다”라며 “실험적인 음악이 후편에 있다. 전편이 잘돼야 후편이 나올 수 있다. 무조건 다시 일어서야한다는 단호한 의지로 대중친화적인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이번 앨범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알렸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긴 했으나 완성도를 소홀이 했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 “완성도는 (지금까지 중)가장 완벽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이승환은 “사운드적으로는 가장 잘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엔지니어가 믹싱을 해도 곡당 최소한 두 번, 세 번 믹싱하고, 여러 엔지니어에게 맡겨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맡기고 그랬다”라고 지극한 정성을 들인 앨범임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아무나 하지 않는 단 한사람이 되겠다’는 주의다. 95년부터 미국에서 녹음을 시작했는데 최근 미국스튜디오에서 ‘아시아에서 녹음하러 오는 가수는 너 혼자’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승환은 곧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성원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라며 “그런 거에 대한 자뻑이 있다”라고 인정해 웃음을 선사했다.

◇‘공연의 신’ 아닌 ‘공연의 쉰’...“스탠딩은 잘 안 되더라”

이승환(사진=드림팩토리)

이승환의 또 다른 별명은 ‘공연의 신’이다. 단순히 콘서트로의 횟수를 넘어 다양한 연출과 무대매너, 그리고 ‘록커의 피’가 흐르는 내용이 모두 결합돼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안타깝다고 해야 할 지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지, 많은 대중들은 ‘록커 이승환’보다 ‘발라더 이승환’을 더욱 좋아한다.

이는 이승환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점으로, 스스로 “스탠딩 공연을 하면 표가 잘 안 나간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이승환은 “내가 인터넷 세상이 모두인줄 알고 소수의견을 무시하다가 잘 안된 경우가 많다”라며 “이제는 앉아서 듣는, 노래도 발라드만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콘서트에서 한다. 사람들이 편곡한 것도 싫어해서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농담 삼아 자조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여기엔 이승환 나름대로의 깨달음과 뜻이 담겨있다.

그는 “록은 이제 홍대에서만 하고 거기서 푼다”라며 “원래 별명이 ‘공연의 신’이었는데 팬들이 (50대에 접어든 것을 빗대어)‘공연의 쉰’이라고 한다. 일단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가수가 자기 것만 강요하는 건 교만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발라드도 내 것이라는 마음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생각의 변화을 가져온 계기가 바로 스스로 가장 벼랑 끝에 몰렸다고 평가한 10집 앨범 발매 후였다는 점이다

이승환은 “제일 벼랑 끝은 10집을 냈을 때다. 음원차트에서 (내 노래를)찾아볼 수가 없으니 앨범을 내는 게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벼랑 끝에 서보니 알겠더라”라고 고백했다.

실제 당시 음악을 하기 싫어질 정도로 좌절했다는 이승환이지만 뮤지션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의욕을 가진 계기 또한 독특하다.

이슨환은 “사람은 잊기 마련이다. 다시 사랑하지 않을 거다 하면서 사랑하고 그렇다. 음악 안하면 좀이 쑤시는 느낌, 나는 음악인의 미덕을 젊은 마인드라 생각한다”라며 “한 2년 전부터 어떤 곡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과 창의력이 샘솟는 느낌이다. 그걸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기는 없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이승환은 “예전에는 내가 곡 쓰는 스타일에 자신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노래 제일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들더라. 그리고 내가 쓰는 노래에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말 그대로 본능적인 이유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원동력은 ‘젊은 마음’

이승환(사진=드림팩토리)

이제는 50대에 접어든 이승환이지만 여전히 그는 젊다.

스스로도 자신의 원동력을 ‘젊은 마음’이라고 밝힌 이승환은 “젊은 마음을 유지하고 권위적이지 않게 산다. 늘 젊은 애들하고 논다. 그렇게 젊은 기운과 자극을 받는다”라고 말해 언제나 청춘임을 알렸다.

또한 그런 만큼 이번 앨범의 발매와 함께 할 일도 수두룩하다. 가장 먼저 준비 중인 것은 역시 콘서트다.

이승환은 “나오자마자 공연하는 건 역시 내 모습인 것 같다”라며 “그런데 공연은 우리가 잡은 것 외에 지방 공연은 연락이 없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을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그는 “사실 MB정권 때 너무 서울중심으로 발전을 해 지방의 문화가 쇠락한 경향이 있다. 공연비가 비싼 이유가, 여러 군데를 다녀야 제작비가 나오는데 그렇지를 못하니까 그렇다. 더 많은 공연을 하면 더 많은 노하우가 쌓일 건데 단발성으로 끝나니 아쉽다”라고 그 뒷면에 담긴 이유도 빼놓지 않았다.

콘서트 다음은 방송활동이다. 예능과 지상파 음악방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겠다는 이승환은 “팬분들 중 TV에서 보고 싶어 하는 분도 있어 (활동을)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앨범이 나오고 또 하나 도전하고 싶은 건 바로 ‘여자친구’다. 이승환은 “외로움이 되게 심했는데 강아지 있으니까 덜해졌다”라면서도 “아직도 여자친구 만들고 싶다. 앨범이 잘되면. 앨범 나오면 할 일이 너무 많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이번 앨범은 대중이 많이 좋아할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타이틀곡은 이미 공연장에서 2년 전부터 부르던 곡인데 그때 반응도 좋았고 자신감이 있다”라며 재차 앨범에 자신감을 드러낸 이승환은 “궁극적으로는 보컬이 악기를 제압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
가수다 보니까 클래스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데뷔 25주년 가수 이승환’다운 포부를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gagnrad@starnnews.com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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