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계절, 여심(女心) 홀리는 클래식계 남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명성으로나 실력으로나,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쟁쟁한 이들이 한국 무대에 줄을 서고 있다.
티켓을 일찌감치 전석 매진시킨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곧 당도한다. 2006년, 2009년에 이어 5년 만의 리사이틀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건, 이 피아니스트가 가진 타건력, 테크닉 그리고 섬세한 음악성에 있다. 이미 두 번의 내한 리사이틀에서 보여준 그의 무시무시한 열정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돌아갈 차편까지 미리 계획하고 공연장에 갈 것 같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던 지적인 청년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도 봄의 전령사다. 그는 이지적인 음색, 강한 서정성으로 독일예술가곡의 절대강자로 꼽혀왔다. 2004년, 2008년 두 번의 내한 리사이틀을 통해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줬고, 2년 전엔 바로크 레퍼토리로 청아한 음색을 뽐냈던 그다. 이번엔 슈만의 곡이다.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음악을 입힌 연가곡 '시인의 사랑' 16곡과 '리더 크라이스' 9곡을 선보인다. 다음 달 19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만∼8만원. 1577-7766
올해 첫 한국무대를 밟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도 봄 클래식 강력한 기대주다. 빈틈없는 테크닉, 섬세하면서도 강한 미성, 여기에다 수려한 용모까지 관객을 홀릴 만한 재료들을 갖가지 쥐고 있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일 레퍼토리도 솔깃하다. 18세기 유럽 오페라계를 양분했던 카스트라토(거세 가수) 파리넬리와 카레스티니를 재현해낸다. 당시 이들을 위해 곡을 썼던 포르포라, 헨델의 곡으로 첫 한국 무대를 빛낸다. 다음 달 3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11만원. (02)2005-0114
독창적이고 강렬한 아티스트 기돈 크레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내한무대에 섰지만 엄숙한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찬란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연이 닿지 않아 소문으로만 그 실력을 전해줬던, 스위스의 대표적인 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다. 기돈 크레머는 이제껏 국내 무대에선 탱고 프로젝트, 코믹 음악쇼, 아니면 실내악의 소규모 공연을 주로 선보여 왔다. 명장 데이비드 진먼이 지휘하는 취리히 톤할레와 그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기돈 크레머의 오케스트라 협연 연주가 국내 처음이라는 사실, 그자체만으로도 이 공연의 가치가 남다르다. 다음 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5만∼24만원. (02)599-5743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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