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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甲乙·왕따.. 모멸 권하는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7 17:25

수정 2014.10.29 01:09

모멸감, 甲乙·왕따.. 모멸 권하는 대한민국

한국사회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심 감정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모멸감'이 단연 우위에 설 것이다. '업신여기고 얕잡아본다'는 뜻의 이 '모멸'을 감정으로 느껴보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굴욕적인 감정이 이제는 사회 곳곳에 여러 치명적 내상을 입은 상태로 퍼져 있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사회의 모멸감 수준이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가히 폭력적이라 할만하다는 사실이다.

대체 이 모멸감이 이 나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유, 계속 이 상태를 용인해도 될 것인가의 문제, 모멸감의 완벽한 퇴치는 아니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추적하고 탐색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감정'은 '이성'보다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저자는 감정에 대해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잉여가 아니라 중대한 인간사를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모멸감은 '정서적인 원자폭탄'이다. 돈 벌면서 받은 멸시를 돈 쓰면서 풀고, 누군가에게 당한 모욕을 다른 누군가에게 앙갚음하고, 아무도 비웃지 않았는데 스스로 열패감에 젖어드는 것이 모멸감이 유발하는 삶의 형태들이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악플, 왕따, 감정노동, 갑을관계 등 모멸 권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조선시대 형성된 귀천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이 자발적으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격히 추진된 산업화와 역사적 맥락을 같이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런 모멸감을 극복할 명쾌한 해법이 물론 있겠는가마는, 저자는 여러 해소 방안을 제안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느끼는 단계로 나아가는 '모욕 감수성'을 도입해 멸시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참고해볼만하다. 감정은 개인차가 심한 영역이어서 모멸감에 특히 취약한 심성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문제다.
책은 결국 존중과 자존의 문화 만들기를 강조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