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가격 인하를 둘러싼 교육부와 출판업계 간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가 사상 초유의 '직권 가격인하' 조치에 나서자 출판업계가 교과서 발행중단과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교과서 품절'에 따른 일선 학교 교육의 차질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교육부 첫 직권 가격인하
교육부는 27일 2014학년도 적용 신간본(초 3~4 및 고등 전체) 검정 총 30종 175개 도서 중 171개 도서에 대한 각 출판사·도서별로 가격조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 평균인 6891원에서 34.8%(2399원) 인하된 4493원, 고등학교는 희망가격 평균인 9991원에서 44.4%(4431원) 내린 5560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교과서 가격인상이 문제가 된 것은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교과서 가격 자율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정부가 정한 가격에 따라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판매해 거둔 전체 수익금을 전 출판사가 채택률 등에 따라 나눠갖는 구조에서 출판사가 자사 교과서의 매출액을 전부 가져가는 형태로 바뀌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선 학교의 선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출판사들이 판형 확대, 다양한 색채, 시각 자료물 증대 등에 매진하면서 제조 원가가 치솟았다.
결국 교육부의 직권 명령대로 가격이 결정되면 이미 투자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어 출판사들이 강한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교과서 가격이 지난 2009년 8월 '가격자율제' 도입 이후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가격조정에 합의하지 않아 교과서 대금 정산 및 전학생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더 이상 가격결정을 미룰 수 없어 가격조정 명령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향후 검·인정도서 가격 안정화 및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교과서 가격전문가 및 출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 가격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출판업계 "발행 중단" 초강수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와 발행사들은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소송을 포함한 조직적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대책위는 "교육부가 교과서 발행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하고 스스로 추진했던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뒤집어 발행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며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발행 및 공급중단,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특별대책위원장(금성출판사 대표)은 "교과서 동시개발과 정가하락 후폭풍으로 상위 4개회사의 편집개발 인력이 2009학년도에 비해 37.3%나 줄었다"면서 "EBS의 수능시장 점유율 확대로 매출이 82%나 급감한 출판사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교육부 조정가격(5286원)은 같은 쪽수의 노트보다 싼 게 현실"이라며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부는 검인정 교과서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고 하지만 쪽당 가격으로 보면 오히려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영사 안종만 대표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교과서 가격은 너무 싸다"며 "교육부의 행보를 보면 더이상 출판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력 반발했다.
교과서협회는 교육부 발표자료에 '수치상의 함정'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부수가 적은 책은 희망가격을 수용하고 많이 팔려 경영의존도가 높은 책은 50~70%씩 낮췄다는 것이다. 김현표 미진사 대표는 "18만부가 팔리는 교과서의 경우 책값이 64%나 깎인 반면 40부가 채택된 책은 희망가격이 100% 인정됐다"면서 "이런식의 통계상 함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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