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지주사 전환 때 중간금융지주 설치 의무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30 17:20

수정 2014.10.29 00:47

지주사 전환 때 중간금융지주 설치 의무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위한 그룹사들의 물밑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 실행 과제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주회사 전환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62개사 가운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금융회사를 계열회사로 보유한 그룹사는 총 29개사다.

이 중 정부의 방안대로 지주회사 전환 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보험사 포함 금융사가 3개 이상 또는 금융·보험사 자산총액 합이 20조원 이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동부, 태광그룹 등이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M&A활성화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벌기업에서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가 혼재하는 현재 체제를 인정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금산분리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게 하고,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다. 금융계열사가 일정규모 이상이거나, 일정수 이상일 경우(보험사 포함 금융·보험사 3개 이상 또는 금융·보험사 자산 20조원 이상)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 제도에서도 금융과 비금융회사의 교차출자는 여전히 금지된다.

현재 관련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올 하반기까지 법제화할 예정으로, 시장에서는 연내 입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제조사의 금융사 보유 허용을 줄곧 요구해 왔다. 2009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비은행 금융지주사는 일반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KDB대우증권 정대로 연구원은 "일반지주회사 내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은 현재의 대기업 지배구조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금산분리 제도의 마련인 한편,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삼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분 비중을 34.41%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37.45%)에 이어 2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이 30%를 넘긴 것에 주목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지분이 30%를 초과할 때 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삼성그룹은 부인하고 있지만 에버랜드를 지주회사의 맨 꼭대기에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2011년부터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늘려온 점도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배구조도 탄탄히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 삼성에스디에스(SDS) 지분 8.81% 등을 제외하면 그룹을 장악할 지분이 마땅히 없다.

특히 그룹의 중심 축인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주회사 방식을 활용하면 에버랜드 지분 등을 이용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키움증권 박중선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며 "만약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삼성생명은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