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전격적으로 흡수합병키로 한 결정은 '지배구조 개선'과 '시너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은 삼성카드 등 그룹 계열사들의 보유지분이 7.1%에 불과해 자사주 지배구조가 취약한 편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11.6%보다 적고, 한국투자신탁운용 6.9%와 비등한 수준으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지분이 낮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하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자.금융 계열사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건설 계열사 △이서현 사장의 패션.미디어 계열사 체제가 보다 확고해진다. 합병 후 삼성SDI의 지분구조는 삼성전자(13.5%)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국민연금(10.5%)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영 3세의 승계 사전 포석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25.1%)의 최대주주다.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 지배구도에 힘실어주기라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제일모직이 소유한 삼성엔지니어링(13.1%)과 삼성정밀화학(3.1%), 삼성중공업(0.4%), 삼성테크윈(0.1%) 등 그룹 계열사 지분 향방도 관심사다.
경영3세의 승계구도를 감안하면 제일모직이 소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는 향후 이부진 사장 주도의 삼성물산에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온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번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이 향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업간 시너지 효과 기대
합병으로 기대되는 두번째 효과는 사업 간 시너지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 등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제일모직의 합성수지를 기존의 전자.정보기술(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부품과 소재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핵심계열사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합병 배경으로 시너지효과를 가장 먼저 손에 꼽는다.
삼성SDI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사업이 액정표시장치(LCD)에 밀려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도 이번 합병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기반의 울트라고화질(UHD) TV가 차세대 TV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PDP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PDP는 유럽 수출 등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PDP종말론이 대두되는 등 삼성SDI 입장에서도 PDP사업을 대체할 만한 차세대 먹거리가 절실했던 시점이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향후 PDP 사업철수 부담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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