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개인정보 유출의 진화.. ‘청부해킹’ 조직 적발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2 18:08

수정 2014.10.29 00:12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의뢰인의 청탁을 받고 시중에 나도는 개인정보를 사들이거나 심지어 직접 해킹한 뒤 가공해 팔아넘기는 이른바 개인정보 '청부해킹' 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은 검거가 쉽지 않은 중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국을 오가며 의뢰인이 원하는 개인정보만을 골라 조직적으로 해킹해 팔아넘겼다. 특히 이들이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병원 진료기록이나 백화점 VIP 명단, 유흥업소 구직 신청자 명단 등 사생활이 담긴 개인정보도 다수 포함돼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공·해킹 통해 803만건 유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정수)는 경쟁업체 홈페이지를 해킹해 달라는 의뢰인의 요구를 받고 회원정보 수십만 건을 빼내준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연모씨(33)와 연씨의 동생(28)을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해킹을 요청한 박모씨(44)를 구속기소하고 전모씨(28)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100만건의 개인정보를 사들이거나 직접 해킹한 뒤 이 가운데 청탁받은 정보가공을 통해 803만건의 맞춤형 정보를 의뢰인에게 제공했다.


연씨 형제는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꽃배달업체를 운영하는 박씨 등의 의뢰를 받고 조선족 A씨(28)를 통해 경쟁업체 홈페이지 3곳과 골프 관련 인터넷 사이트 1곳을 해킹해 회원정보 29만8321건을 빼내 50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외조카인 전씨와 함께 인터넷 꽃배달 영업에 이용하기 위해 경쟁업체 회원정보를 빼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에는 연씨 형제로부터 쇼핑몰 회원정보 762만1189건을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건네받았다. 박씨는 연씨 형제 외에 성명미상의 판매상으로부터 대리운전 이용자 개인정보 320만8990건을 400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민감한 사생활 정보도 유출

연씨 형제는 중국 칭다오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까지 고용해 조직적으로 개인정보 판매망을 운영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수시로 오가며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개인정보를 해킹해주거나 판매했다. 또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제2금융권 대출, 도박, 쇼핑몰, 초고속 인터넷망 등 각종 사이트의 회원정보 3176만7605건을 사들인 뒤 이를 2165개의 파일로 나눠 구매 요청이 들어오면 다시 판매하는 중간 도매상 역할도 했다.

여기에는 병원 진료기록이나 백화점 우수고객 명단, 유흥업소 구직자 명단 등 민감한 개인정보 자료도 다수 포함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수천건의 계좌이체를 주인 몰래 시도한 신모씨(34.구속기소) 일당도 이들에게 300만원을 주고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가입자 정보를 사들여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에게 대출 관련 개인정보 560만건을 건넨 공급책 용모씨(43)를 구속기소하고 잠적한 공급책 조선족 등 2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단순히 시중에 유출된 정보를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서 경쟁업체 사이트의 해킹을 청탁받아 정보를 빼내 제공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해커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개인정보 해킹과 유출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2부는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을 해킹해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으로 유명 해커 신모씨(40)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2007년 9월 필리핀에서 인터넷으로 다음 고객(CS)센터 서버에 침입해 이름.주민등록번호.아이디.비밀번호.주소.전화번호.신분증 사본 스캔파일 등이 포함된 회원 개인정보 4만건을 내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신씨는 현대캐피탈 서버를 해킹해 고객 175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현대캐피탈 측을 협박해 1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2011년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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