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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vs 한여름의 방정식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3 17:23

수정 2014.10.29 00:01

[책vs책]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vs 한여름의 방정식

[책vs책]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vs 한여름의 방정식

따뜻한 봄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고, 삼천리 금수강산엔 진달래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봄'이라는 단어에 공연히 가슴 설레고, 또 어떤 이는 막연히 우울해 질 수도 있는 시기다. 추운 겨울이 가고 몸도 마음도 재정비되는, 바야흐로 '봄'인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계절에 읽을만한 소설로 주저없이 추리소설을 권한다. 책을 펼치면 낯선 곳으로 떠나 휘몰아치는 스토리에 넋을 뺏기고, 다시 눈을 돌리면 따사로운 풍광이 펼쳐지는 천국은 바로 지금이니까.

유럽, 그중에서도 어딘지 낯설고 이국적인 동토의 나라 북유럽. 레네 코베르뵐과 아그네테 프리스가 공동집필한 이 추리 스릴러는 지금의 한국과는 영 딴판인 그곳, 덴마크에서 탄생했다.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살기 좋고 이상적인 복지국가 덴마크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제목에서처럼, 슈트케이스 속에서 발견된 한 발가벗은 소년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가련한 소년이 어쩌다가 좁은 슈트케이스 속에 들어가 그 지경이 된 건지, 이걸 우연히 떠안게 된 마음씨 착한 간호사 니나 보르는 도대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어떻게 덴마크라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건지,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게다가 추리소설 사상 전무후무한, 오지랖 넓은 아줌마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복지국가의 밝은 빛에 가려진 이민자문제, 성매매, 장기 밀매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룬다.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활약과 용광로처럼 뒤섞인 사건사고를 보고 있자면 어딜 가나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벗겨도 벗겨도 꿰뚫어 보기 어려운 양파 같은 소설이다. 북유럽 언저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니 그 현실의 공포는 와 닿지 않을 터. 몸은 이곳에, 넋은 덴마크에 잠시 맡기고 기분전환하기에 좋은 소설이다.

그리고 잠시 돌아오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추리소설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과 마찬가지로 벚꽃이 한창일 일본이 선보이는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한여름의 방정식'이다. 한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새파란 바다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떠오른다. 이 소설은 방학을 맞아 바닷가 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네로 놀러가는 교헤이와, 같은 기차를 타고 우연히 말을 트게 된 물리학 교수 유가와가 동행하면서 휘말리게 되는 사건을 다룬다. 두 사람이 함께 여관에 온 다음 날 한 투숙객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단순사고 같았던 이 사건은 살인사건이 된다. 소년과 과학자 그리고 살인사건. 한여름에 벌어진 이 알쏭달쏭한 조합에서 독자들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어른을 불신하는 소년과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싫어하는 과학자의 우정과 교감 역시 숨막히는 사건 전개 속의 눈 여겨볼 만한 드라마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매력적인 장소에서 잡힐 듯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등장과 영화 같은 묘사로 이미 일본에선 '후쿠야마 마사하루' 주연의 동명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스산한 북유럽의 사건 사고들과 뜨거운 한여름에 벌어진 오싹한 살인사건. 두 소설이 가진 함의도, 방향도 다르지만 훈풍이 불어오는 이 시기에 기분전환으로 읽기엔 더할 나위 없는 소설이라 하겠다.
이미 그들의 나라에선 폭발적인 인기와 폭넓은 사랑을 누렸던 소설들로 재미와 대중성 그리고 비평가들의 평가까지 높아 제법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 마성의 흡입력을 자랑한다. 산들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봄날의 곰처럼 여유부리고 싶은 이때, 대륙의 서쪽 끝 덴마크와 동쪽 끝 일본에서 날아온 두 추리소설로 차츰 달아오르는 마음을 서늘하게 식혀보는 건 어떨까.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MD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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