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에 순환근무제, 명령휴가제 도입 등 감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 및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만 내부 감시망을 강화시키는 반면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느슨해 정책적 차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 사실상 '3년 순환제' 강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은행들을 대상으로 순환근무제 시행 현황을 제출토록 했다. 지난해 11월 은행들에 순환근무 적용대상과 순환주기, 예외인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내규에 적용토록 지도한 후 3개월 만에 다시 한번 은행권 내부통제 지침 시스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일부 은행에 대해 순환근무제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우리.신한은행은 영업점 직원의 경우 최대 근속기간을 3년, 본점의 경우 5년으로 정했다. 하나은행은 5년이었던 근속기간을 3년부터로 확대했으며, 기업은행은 모든 직원들에 3년 순환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기업고객담당이나 PB 등 일부 담당자에 대한 예외를 뒀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요청이 경영자율성을 해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순환근무 적용기간 등에 대해 은행별로 제출하라고 했지만 결국 금감원이 제시한 3년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영업점 직원에서 3년 근무기간을 적용하다 보면 현장 영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금감원에서 명령휴가제 강화에 대한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어 은행권에 대한 내부 감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명령휴가제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업무담당자를 불시에 휴가를 보낸 후 업무와 무관한 직원이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정기 휴가 등에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2금융권 도입 않거나 현행 유지
순환보직제와 명령휴가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인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현행 유지를 하거나 도입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현재 실행하고 있는 순환보직제와 명령휴가제를 유지 또는 일부 강화하고 핬다. 카드사들은 여전히 제도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미뤄보면 내부통제 부분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관련 부서인 금융플라자 등의 직원들에게 순환보직제를 상반기 중 내규에 반영하고 하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삼성화재는 인사부서와 감사팀이 협의하는 상황으로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이미 순환보직제와 명령휴가제를 추진하고 있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LIG손해보험은 현행 유지를 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화재는 보험금 지급 업무 담당자는 3년, 보험계리나 심사는 5년 등 순환보직제 기간을 차등화했으며, 동부화재는 3년의 순환기간을 두고 있으며 명령휴가제는 인사규정을 개선해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아직 순환보직제와 명령휴가제를 도입하지 않아 상반기 내 내규를 만들어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카드사들의 경우 강제적인 순환근무제나 휴가명령제를 도입한 곳은 없다. 대신 인사 차원에서 순환근무를 실시하거나 내부통제를 위한 보완제도를 실시 중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내부통제관리상 필요하다면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이 있고 국민카드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3일 이상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 특별감사를 실시토록 한다.
또 삼성카드는 각 부서에 내부통제 담당자를 두고 관리감독하고 있다. 인사차원의 순환근무만을 실시 중인 국민카드는 동일 직종에 3년 이내로 근무토록 하고 롯데카드는 최장 5년까지만 같은 보직을 맡을 수 있도록 돼 있다.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직접적으로 현금을 다루지 않다 보니 내부통제를 위한 순환보직제나 명령휴가제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인사제도 차원의 순환근무나 내부 교육 및 내부 통제 담당자 등을 통한 내부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연지안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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