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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 “갤럭시폰에 인문학 통찰 담겨”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8 18:57

수정 2014.10.28 14:4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대강당에서 가진 '지식향연' 강연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S5'를 꺼내 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대강당에서 가진 '지식향연' 강연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S5'를 꺼내 들고 있다.

"삼성 갤럭시폰에 인문학의 통찰이 담겨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가진 첫 캠퍼스 강연에서 인문학과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삼성, 인텔,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정보통신(IT)기업의 사례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신촌동 연세대 대강당에 모인 대학생 2000여명 앞에서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직접 꺼낸 뒤 "제가 쓰고 있는 삼성 갤럭시S5에도 본질적인 인문학적 통찰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에 모두 반영돼 있다"고 예를 먼저 들었다. 그는 이어 "구글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는다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이런 구글조차도 채용시에는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길 원하는 지를 물어서 측정이 불가능한 인문학적 소양을 알고 싶어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인털에선 '공학적 사고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며 더 큰 시각의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아울러 이날 대학생 청중 앞에서 고은의 시 '그 꽃'과 장석주 시 '대추 한알'을 직접 읊어 주기도 했다. 또 정 회장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은의 시는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한문장의 짧은 시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려갈때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많다. 젊은 시절에 꼭 누려야할 삶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낸다. 당장 필요한 공부, 스펙에 매달리다보면 소중한 것들을 지나치게 된다"며 조언했다.

그는 아울러 "과거와 달리 스펙이 좋은 사람이 우수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깨졌다"면서 "급변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공식이 필요하다. 일이든 개인 생활이던지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획일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면 예측불허의 시장을 이겨나갈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기의견을 정확히 제시하는 사람이 있어야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정 부회장은 말했다. 신세계도 앞으로 스펙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물 위주로 채용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공표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대학생들에게 '신세계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긴장되고 흥분된다. 부담스럽고 걱정을 많이 됐다"면서 "저라도 뛰어나가고 싶은 날에 취업, 스펙을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신세계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인문학을 강의한다고 하면 저라도 짜증날 것 같다"고 거부감 없는 솔직한 입담을 보였다. 그는 또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심지어 놀았다"며 솔직함까지 보였다.

그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의 기구한 스토리만 읽지 말고, 그의 절박감, 죄책감, 갈등과 같은 생각과 감정까지 느껴야 한다"면서 "이런 고전속에서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곱씹어야 인간의 삶에 본질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관련해 정 부회장은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알'도 청중들에게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맺었다. 이 시의 내용은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안에 태풍 몇개, 저안에 천둥 몇개, 저안에 벼락 몇개….'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단편시다.

정 회장의 이번 캠퍼스 강연은 신세계가 새로 도입한 인문학 위주 캠퍼스 투어 지식콘서트인 '지식 향연'에 강연자로 직접 나서면서 성사됐다. 인문학에 특화된 신세계의 '지식향연' 콘서트는 다양한 분야의 명사 초청 강연인 삼성그룹의 캠퍼스 콘서트인 '열정락서'와는 차별화했다. 정 부회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전파에 나선 것은 신세계그룹의 경영이념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너무 피곤하고 지쳐 있는 청춘이 안쓰럽다. 그 부분에 대해선 사회적 리더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또 신세계그룹 입사를 지원한 대학생들을 면접하면서 접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안타까움이 컸다고 전했다. 자신의 주관적 소신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예상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외우고 온 '판박이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혼란의 시대에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의 리더들에게 '청년 영웅'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준비한 '지식향연'은 연세대에 이어 향후 성균관대·이화여대·부산대·전남대·제주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최종 선발된 20명의 청년 영웅은 세계 각지의 인문학의 중심지를 찾아가는 '그랜드 투어' 기회 제공하고 소정의 장학금 지급과 함께 입사 지원 시 가점 부여 등의 혜택을 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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