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한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병원 상호만 변경한 채 계속 보험설계사들과 공모해 서울·수도권 일대의 주부, 무직자들을 모집해 입원환자로 둔갑시켜 보험금 5억3000만원을 가로챘다. D한의원에 허위 입원했던 주부와 무직자들은 입원기간 직장을 다니듯 한의원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족들까지 허위 입원시켜 보험금을 지급받아 생활해왔다. D한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사의 명의를 빌려 의사를 고용, 불법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었다.
#2. 지난 200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의사들에게 월 700만~14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의사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개설한 김모씨는 약 7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급여 148억원을 편취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 가운데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기가 들키지 않도록 허위 환자, 일명 '나이롱 환자'를 상대로 교육까지 시키는 막장 행태가 늘어나고 있지만 처벌은 벌금형 등 수위가 낮아 보험사기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월부터 수사기관 및 유관기관과 공조해 전국 58개 병·의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허위진단서 등을 근거로 보험금을 수령한 보험가입자 3891명, 의료기관 관계자 168명 등 4095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허위로 지급받은 보험금은 모두 320억원이었다.
■사무장병원, 보험사기의 온상
이 같은 보험사기가 이뤄지는 곳은 바로 '사무장병원'이 많다. 적발된 58개 병·의원 중 19개는 의료기관 설립 자격이 없는 사무장병원이었다.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도 개인형 사무장병원이 14개(1282명, 66억7000만원) 적발됐다. 이들 병원은 사무장이 의사(페이닥터)를 고용해 그 의사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후 의사의 진료 없이 입원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을 가로채왔다. 의료생협형 사무장병원은 모두 3개(75명, 4억7000만원)가 적발됐다. 이 병원들은 사무장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제도를 악용해 불법으로 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법인형 사무장병원은 모두 2개(644명, 11억4000만원)다. 사무장이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매입해 부속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브로커 등과 결탁, 보험금을 가로챈 병원들이다.
이들 사무장병원은 연평균 증가율이 212%다. 이들은 브로커나 보험대리점과 연계해 허위 입원환자 유치 및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해 보험사기를 방조하고 있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사무장병원을 일컬어 '모텔형 병원'이라고 한다"며 "최근에는 양방병원뿐 아니라 한방병원까지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처벌 수위 높여야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도 보험사기 증가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0년 새 보험사기범에 대한 징역형은 감소한 반면 벌금형은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처벌 수위가 오히려 약해지면서 보험사기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9.3%에 불과했던 벌금형은 2007년엔 28.4%, 2013년에는 51.1%로 급증,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벌금형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집행유예는 2002년 65.5%에서 2007년 46.9%, 2013년 26.3%로 급감했다. 징역형은 2002년 25.1%, 2007년 24.7%, 2013년 22.6%로 소폭 감소했다.
또 보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비율(51.1%)은 일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비율(27.0%)의 2배에 달하는 반면 징역형 선고비율(22.6%)은 일반사기범(45.2%)의 절반에 불과했다. 벌금의 평균액도 지난 2007년 374만원에서 지난해 263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처벌 수위가 약해지고 있는 것.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법원의 관대한 처벌 관행이 보험금 편취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려 오히려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