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하향식 공천은 중앙당이 적극 개입한다. 각 기초단체별로 공천 신청을 받은 뒤 중앙당에서 개별 심사를 통해 후보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공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도하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뒤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코너에 몰린 안철수 공동대표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새정치연합이 하향식 공천을 당론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반발도 컸다. 중앙당이 기초단체장 부적격 후보를 직접 걸러내겠다며 메스를 들이댄 것이 발단이 됐다. 당 지도부는 박수로 추인받으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을 범죄자인 양 취급한다고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강기정 의원은 "국회의원을 범죄인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언제 부당한 개입을 하는가"라고 흥분했다. 최재성 의원도 "사실상 제왕적 총재로의 퇴행"이라고 거들었다.
과거 공천 때 불공정한 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뒷돈 거래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시장·군수가 되려면 지역구 의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의원들의 기득권으로 볼 수 있다. 의원들이 이것을 자진해서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 특히 지역구 경쟁자를 교통정리하는 효과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시장이나 군수는 언제든지 자신들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선의의 경쟁자다. 지역구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중앙당이 직접 공천을 한다고 이런 폐단이 없어질까. 물론 상향식으로 하면 신인 정치인이 올라가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현직 시장이나 군수 등 지명도에서 앞선 후보들이 훨씬 유리하다. 오영식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중앙당의 기초공천 개입은 지분 나누기나 자기 사람 심기의 수단이 아니냐는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개연성이 농후한 대목이다. 안 대표와 김한길 공동대표가 이런 불만들을 수렴해서 공천을 제대로 할지 궁금하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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