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종이를 만드는 제지산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종이의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제지산업은 여전히 건재하다. 종이의 용도가 인쇄나 기록 쪽은 줄어든 반면 친환경 포장이나 보관 등의 분야는 늘어나고 있는 것. 제지산업의 위상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및 디지털사업 확대, 수입지의 저가공세 등 제지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난하다.
본지는 '제지업계 변신을 시도하다'라는 시리즈를 마치면서 지난 25일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에서 한국제지연합회 최병민 회장, 박종문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와 함께 업계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정부의 '해양투기 제로화 추진 계획'과 관련, 내년까지만 한시적 배출이 허용된 상태다. 업체별로 감량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폐수오니를 에너지원 및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법을 제시한다면.
△최병민 회장(이하 최 회장)=종이 생산에 따른 부작용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등 인근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박종문 교수(이하 박 교수)=폐수오니를 비료나 시멘트, 벽돌, 바닥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어느 정도 연구되어 있다. 또한 인쇄용지업체 등에서 발생된 제지슬러지를 골판지 업체 등에서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의 포지티브 방식을 네거티브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제지업계의 폐기물 재활용 현황 및 제도개선 부분에 대해 제언한다면.
△최 회장=제지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폐지는 종이, 종이제품, 서적 등 한두 번 사용되고 수집.폐기된 것 중 제지원료로 활용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종이컵을 예로 들면 종이는 펄프 대용으로, 코팅지는 에너지로 대체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가격 및 수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지사들과 원료업계 간 상생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신학기부터 추진 중인 디지털교과서 시범운영이 인쇄용지업계의 위협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최 회장= IT 발달에 따른 대세를 역행할 수는 없다. 다만 본격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해 종이책의 가치와 디지털교과서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제지사들도 이윤 추구 개념을 넘어 인성교육 등 종이책의 강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게다가 디지털교과서는 엄청난 예산과 유지 보수비가 들어가는 사업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미국, 중국 등과 반덤핑 제소 등 통상마찰이 불거진 바 있다. 불리한 관세율 해소 등 업계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원 방안은.
△최 회장=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우리가 수입할 때는 무관세인데 수출할 때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최근 중국의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이 국내 시장을 교란시키지 못하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해외 수출과 관련, 원가 싸움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중국과 일본처럼 우리도 개발도상국에 생산 설비를 갖춰야 한다.
―종이산업의 추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요구되는 노력은.
△최 회장=열 회수는 물론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복합형 폐기물 보일러를 갖춰 수익성 개선을 이뤄야 한다.
제지업체들은 현재 스팀을 생산해 제지 공정에만 쓰고 있지만 여유 용량을 발전시켜 전기를 생산해 외부에 팔 수 있도록 발전사업자 허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박 교수=세계 6위 수준인 제지산업 규모에 비해 국책 연구는 전무하다.
장학생 제도 도입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해 제지기술 전문 국책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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