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참사]“내 자식이지만 대통령의 자식이기도 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9 17:29

수정 2014.10.28 02:32

【 안산=장충식 기자】"내 자식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자식이기도 합니다."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사고 침몰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2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분향소에 안치된 162명의 희생자 영정 앞에 머리를 숙였지만 예상대로 생때 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셌다. 박 대통령이 보내온 조화는 유가족들에 원망 속에 합동분향소 밖으로 밀려났고 애원하듯 소리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식적인 조문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45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검정색 옷을 입은 박 대통령은 합동분향소 전면에 마련된 사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천천히 둘러본 뒤 헌화와 분향을 했고,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는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4일째,실종자가 98명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이날 박 대통령의 조문은 사그라들지 않은 유가족들의 원망과 애원 속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이 왔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조문을 하는 동안에도 큰 소리로 사과를 요구하거나 정부의 부족한 대책마련에 분통을 터드렸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보내온 조화는 분향소 밖으로 밀려났고 분향소 안에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 강창희 국회의장, 정홍원 국무총리 등의 조화 10여개도 같은 처지가 됐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주 앉았고 이어 유가족들의 끊임 없는 애원 같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유가족은 "내 자식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이기도 하다"며 "누구 한 사람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며 진정으로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대통령이 진도로 내려가서 직접 지휘해 달라"며 "선장 집어넣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해양수산부부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등 질타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많은 유가족들은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대통령님이 지시를 내려달라"며 "내 자식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마음으로 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에 쌓여온 모든 적폐와 이것을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것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뒤 오전 9시 10분쯤 분향소를 떠났다.

박 대통령이 떠난 분향소는 다시 유가족들의 차지가 됐다. 새벽부터 분향소를 옮기기 위해 떠나간 자식들의 영정을 품에 안았던 가족들은 또 다시 흐느껴 울어야 했다.


유가족들은 새롭게 마련된 분향소에서 일반인들의 조문에 앞서 약 1시간 가량 별도로 안치 절차를 진행했고, 처음인 듯 서럽게 서럽게 흐느꼈다.

공식적인 조문이 시작된 합동분향소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추모객들로 수백미터에 달하는 줄이 만들어졌고, 이날 하루만 오후 1시 기준으로 4547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학생 75명은 30일 퇴원 후 합동 조문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