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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매운 라면 열풍’의 원조?

'라면과 대통령.'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라면업체들은 역대 대통령과 얽혀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해 역대 대통령 간의 인연이 가장 깊다.

삼양식품의 대관령목장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초지법(草地法)은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초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할 대표적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삼양식품의 대관령목장에서 커피 한 잔 팔 수 없도록 한 초지법을 개선키로 최근 약속한 바 있다. '동양의 알프스 목장'으로 불리는 삼양 대관령목장은 약 198만㎡(약 60만평)에 초지를 조성, 하루 7000∼8000명씩 연간 50만명이 찾고 있다.

그동안 규제로 인해 관광객에게 일회용 컵라면이나 김밥, 봉지과자 정도만 팔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삼양 대관령목장에 대한 규제가 집중토론 대상이 됐다. 세월호 참사로 규제개혁 여파가 주춤하고 있지만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삼양식품은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도 깊다. 박 전 대통령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던 중 싱겁다면서 "라면 수프를 얼큰하게 만들 수 없나"라며 직접 전화를 한 일화가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최근 국내 라면 시장에 불고 있는 '매운 라면 열풍'의 원조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양의 알프스 목장'으로 불리는 삼양 대관령목장에 직접 묵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관령목장에서 지난 2005년 휴가를 보낸 뒤 방명록에 "참으로 아름답고 장한 작품이다. 세세만년 빛날 것"이라고 극찬했다. 노 전 대통령의 극찬에 한때 삼양라면은 소위 '좌파 라면'이라는 인식까지 생기기도 했다.

반면 신라면은 '우파 라면'이라는 인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방문 후 미국산 쇠고기협상 전격 타결 후 번진 '광우병 촛불집회'로 농심 라면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혜성처럼 등장한 신생 라면업체 청보식품에 대한 비화도 있다. 청보식품은 지난 1984년 라면사업을 시작해 1985년 야구단 삼미슈퍼스타즈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청보식품은 군사정권 시절 육군장성 출신을 사장으로 앉히고 군납을 독점하는 특혜를 받았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에 비해 부진한 매출로 인해 라면사업 3년 만에 적자에 시달리다가 오뚜기에 매각됐다. 청보식품을 인수한 오뚜기는 이후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렸고 최근 삼양식품을 제치고 라면업계 2위까지 올라섰다.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