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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김영란법’] 엘리트 카르텔 정조준.. 관피아-기업 부패 고리 근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1 17:11

수정 2014.05.11 17:11

[잠자는 ‘김영란법’] 엘리트 카르텔 정조준.. 관피아-기업 부패 고리 근절

"연줄사회는 넓은 의미에서 계층을 고착시키고, 좁은 의미에선 부정부패를 만들어요. 아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것. 한 건 봐줬으면 다음에 다른 한 건은 돌려주는 식이죠. 돈이 오가느냐만 따져서는 부패를 막을 수 없어요. 돈이 오가지 않는 청탁도 많으니까요. 이런 부패는 대개 대가관계나 직무관련성만 따져서는 막을 수 없어요." -김영란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중에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은 실핏줄처럼 형성된 권력형 부패와 한국 사회의 엘리트 카르텔을 정조준하고 있다.

법안은 크게 3금(禁)법으로 이뤄져 있다.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를 골자로 한다. 입법·행정·사법부가 모두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일반 중앙부처 공무원, 법원·검찰, 공직유관기관 직원뿐 아니라 한국 사회 슈퍼갑(甲) 국회의원까지 청탁과 금품수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법안은 부정청탁에 대한 해당 공직자의 대처 매뉴얼을 적시해 놓고 있으며,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스폰서 문화나 실제 금품은 오가지 않더라도 실제 권한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구두청탁 관행까지도 개조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가성 여부를 막론하고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금품을 받은 공무원 및 국회의원,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징역 3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대가성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의 한계를 이용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권력형 비리 등 과거 사건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기존의 형법, 공무원 행동강령, 공직자 윤리법 등에서 제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광범위하게 공직사회에 대한 윤리와 행동 매뉴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직자에 대한 '기본법'으로 평가된다.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 세모그룹의 정경유착 의혹 역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부정청탁금지법(제8조)에선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체로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한국선급이 해수부 공무원을 상대로 명절 때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나 인천연안여객선협의회 측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입법로비 의혹 역시 대상이 된다. 세월호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해경청 정보수사국장이 과거 1997년부터 7년간 세모그룹에서 근무했던 부분은 이 법안의 이해충돌방지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 법안에선 공직자는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에 대해선 제척·기피·회피 등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11조)고 제시하고 있다.

공직자뿐 아니라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사인의 음성적 로비 개입도 차단된다. 공적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선급과 민간선사인 청해진해운 간 선박안전검사 관련 부정청탁 의혹도 적용대상이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법안은 공무원, 국회의원, 공직유관단체뿐만 아니라 돈을 주는 민간도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민간도 사실상 적용대상이 된다"면서 "법의 효과는 전 국가적인 차원의 대대적인 쇄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