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 배우 현빈 “늘 꿈꾸는 연기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2 17:43

수정 2014.10.27 23:44

▲ 배우 현빈이 표현해낸 남다른 정조의 이미지가 '역린'을 끌고간다.
▲ 배우 현빈이 표현해낸 남다른 정조의 이미지가 '역린'을 끌고간다.

"왕이라서 가만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대사도 많고 칼싸움도 많고, 근육도 보여줘야 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난달 말 개봉해 현재 누적관객(11일 기준) 321만여명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역린'의 주연배우 현빈은 이 말을 저음의 목소리로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했다.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런 목소리 톤은 천성이다. 가족들 모두가 다 이렇다"며 나직이 웃기도 했다.

100억원대 사극 대작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유유변'을 모티브로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인물들이 뒤섞여 있다. TV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현빈이 표현해낸 남다른 정조의 존재감이 극을 끌고가는 힘이다.

현빈은 제대 후 3개월 된 시점에서 중국의 한 호텔방에서 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다. "내시 정재형, 역적 조정석 역도 탐이 났습니다. 하루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의 긴박감에도 굉장히 끌렸고요."
영화 ‘역린’ 배우 현빈 “늘 꿈꾸는 연기 있다”


'역린'의 정조는 강렬한 내면과 의지를 왕의 도포자락으로 가린 채 유약한 듯, 고뇌에 찬 듯 오묘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실존인물인데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볼 수도 없는 인물이니 책으로, 사료로 연구했습니다. 나약해 보여서도 안되고, 마냥 왕 같은 느낌을 줘서도 안되고, 대신 긴장한 상태의 왕이면서 뭔가 계속 억누르고 참는 듯한 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분장 때문에 얼굴 근육을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표정, 눈빛, 걸음걸이에 의미를 뒀습니다."

현빈은 드라마 속에서 등근육으로도 말을 한다. 언뜻언뜻 비치는 근육에서 정조의 의지와 심적 상태를 읽는 이들도 있다. 그의 이 근육 연기는 작가가 써놓은 단 한 줄의 지문에서 출발했다. '팔굽혀펴기하는 정조, 완벽한 등근육 세밀하다.' 이 문구였다.

"과거 왕의 근육이라면 요즘 같지 않을텐데,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살해 위협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어한 정조라면 무엇이든 하지 않았을까요. 맨손운동으로 만든 근육은 어떤 형태일까,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의 역대 출연작 중 지금 성적으로도 최고 흥행작이라는 점,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갈망과 에너지가 충만한 순간 임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애착이 있다고 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하잖아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제게도 큰 힘이 됩니다."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다. 그는 사전에 계획을 미리 짜놓고 공백기 없이 일을 몰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합니다. 일이 없어서 조바심 낸 적은 별로 없어요. 그렇게 달려가면 정말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데뷔 후 큰 어려움 없이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폭풍우를 많이 만나진 않았다. 하지만 파도에 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를 젓긴 저었다"며 껄껄 웃었다.

현빈은 말수가 많지 않았고, 예상대로 진지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늘 꿈꾸는 연기가 있다"는 말도 했다.
"내 일상에 늘 카메라가 있으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합니다. 카메라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없어도 있는 것처럼 연기가 생활일 순 없을까 해요. 촬영장에선 카메라 불이 꺼지면 답이 보입니다.
매번 그게 아쉽습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