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이사회 ‘거수기’서 탈피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8 16:58

수정 2014.10.27 10:11

#. "예년에 비해 올해 회사채 발행규모가 다소 큰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동안 발행한 회사채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히 알려달라." "자금 흐름뿐 아니라 영업, 시장 상황 등 전반적인 큰 그림을 알고 싶다. 자세히 보고해줬으면 한다."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데 현재 자금사정이 많이 안 좋은 것인가? 자금 상환은 문제가 없나?"

A 기업이 이달 중순 진행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한 발언들이다.

회사 측의 회사채 발행계획을 들은 사외이사들이 잇따라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질문을 던진 것이다. 관련 안건은 장시간에 걸친 설명 등을 거쳐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예상보다 강한 사외이사들의 반응에 임원들은 배경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사회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일명 '거수기'라는 모욕적인 비아냥을 받던 사외이사들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무제표 승인 등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과 계열사 자금 지원 등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는 배경과 예상되는 결과 등에 대해 전반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무용론 등 사회이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대한항공 이사회는 난상토론 끝에 힘겹게 결론을 도출했다. 당시 안건은 한진해운 지원건.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지원 시 대한항공의 현금흐름은 안전한지, 또 지원하면 한진해운이 회생할 수 있는지, 자금 지원이 배임은 아닌지, 금융권도 함께 지원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진행됐다. 결과는 당초 지원키로 한 규모 2500억원이 아닌 1500억원만 지원하기로 한 것.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결정을 도출하기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당시 이사회 회의 시간도 평소의 2배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사외이사들이 회사 측이 제시한 안건을 대놓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유가 외부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결정해 달라는 것이지만 일정 보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찬반 수치보다는 이사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내용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치로 보여지는 것이 이사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이사회에서 어떤 주장들이 오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사회가 현재의 모습보다는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 "이사회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선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