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불필요한 기관이나 단체도 줄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8 17:34

수정 2014.10.27 10:08

[데스크칼럼] 불필요한 기관이나 단체도 줄여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민관유착이 지목되면서 이른바 '관(官)피아' 척결이 세간의 화두다. 국민의 공복이어야 할 공무원들이 각종 인허가권, 검사·감독권을 움켜쥐고 직권을 유린해 결과적으로 이 같은 참극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감독권을 위탁받은 정부 부처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들이 공무원과 결탁해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으며, 이는 낙하산 인사와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를 통해 산하기관의 핵심 보직을 꿰찬 전직 공무원과 이 기관을 감독해야 할 현직 공무원 간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이 당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해양수산부가 선박 안전관리 등에서 산하기관, 민간기업과 결탁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해수부 산하기관인 한국선급 내 선박개조 승인업무 등을 담당하는 팀장이 해수부 공무원에게 상품권 등 금품과 골프, 유흥업소 접대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최근 신청했다. 앞서 해수부 산하기관인 부산해양항만청 직원이 민간 선박설계업체로부터 선박총톤수 측정검사 과정의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것이 알려지는 등 국민의 공분을 살 만한 비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19일 발표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관피아 척결이 주요 내용으로 담길 예정이다. 현 정권의 레임덕이 거론될 정도로 악화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이참에 강도 높은 개혁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관피아 척결 이후의 대안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피아를 통한 민관유착은 문제를 양산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기관에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성격과 역할 등을 면밀히 따져서 강약을 조절하는 게 후유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민간에게 맡길 경우 민간과 관료 눈치 보기 등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기관이나 단체는 일부 예외를 둬야 한다. 반면 그동안 공무원들의 자리보전용으로 불필요하게 양산된 단체는 존폐 여부까지 검토하는 등 보다 강도 높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의 개수는 304개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기관은 이 숫자의 수십배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에 41개 공기업이 있으며, 공기업 산하에 유관단체만 7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사실상 공무원 자리보전용이라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이번 참에 공공기관이 타당한 검토과정을 거쳐 설립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신설된 공공기관이 20여개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신설 타당성 검토를 거친 기관은 6개에 그쳤다. 나머지는 타당성 검토를 피하기 위해 의원입법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신설되는 등 설립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 또한 수립하는 게 세월호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처방이 될 것이다.

김용민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