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덥다고 여름 옷으로 등산하다 저체온증 빠진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9 14:26

수정 2014.05.19 14:26

일교차가 커짐에 따라 등산객의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낮에는 덥기 때문에 반팔 차림으로 등산을 갔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오한이나 사지마비가 동반돼 의식을 잃는 '저체온증'으로 응급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이장영 교수는 19일 "평지와의 온도차가 큰 산 정상을 오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체온증에 빠져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 아래로 떨어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을 말한다. 몸에서 생기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을 때 일어난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 심한 오한이 생긴다.
이는 스스로가 체온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불안과 초조를 겪고 어지럼증과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판단력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헛소리를 하는 등 의식이 희미해지며, 사지마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 맥박과 호흡이 느리고 약해지며 정신착란이나 혼수상태, 호흡 중단과 같이 몸의 상태가 악화되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저체온증이 발생한 경우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환자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은 갈아입혀야 한다. 또 찬바람을 쏘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따뜻한 음료를 계속 먹이고 사지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천천히 은근하게 녹여주어야 하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까운 응급 의료 센터로 후송해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등산 중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땀 흡수가 잘 되는 특수 소재의 셔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외투를 준비해야 한다.
또 머리나 목, 손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열을 막아주기 위해 등산용 모자나 목보호대, 장갑 등과 같은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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