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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위 전기선 없이 고속철 달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1 12:00

수정 2014.10.27 08:02

열차 위 전기선 없이 고속철 달린다

【 의왕(경기)=김혜민 기자】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로에 위치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선급전시스템의 '완결판'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명의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제어전압 투입." "급전 인버터 온."

관계자의 차분한 진행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는 급전선로에 약 3000V의 전압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험 차량인 차세대 고속열차(HEMU-430) 밑에 장착된 4개의 집전모듈에 60㎑ 자기장 형태의 전력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열차의 보조인버터가 작동되고 우웅 소리를 내며 출발 전 숨 고르기를 시작했다.

추진명령이 떨어지자 "빠-앙"하는 경쾌한 경적소리를 내며 열차가 철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열차의 엔진에는 유선으로 공급된 전력이 없었다.

오로지 자기장을 통해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받는 장치만 있었다. 이 열차는 시속 3~4㎞로 128m의 선로를 왕복 운행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머리 위 전차선이 아닌 열차 바닥에 전기를 공급해 고속열차를 움직이는 1㎿(1000㎾)의 대용량 전력을 무선 고주파(60㎑)로 전송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고속열차에 적용하는 시험을 이날 철도연 무선급전시험선에서 공개했다.

철도연은 지난 2011년 카이스트가 개발한 무선충전 전기버스로 검증된 20㎑급 집전 기술을 60㎑급으로 발전시키면서 공급전력을 높이는 동시에 시스템의 경량화.소량화를 시도했다.

철도연 첨단추진무선급전연구단 이준호 박사는 "기존 무선충전형 전기버스 용량 100㎾보다 10배 높고, 무선급전용 트램 용량 180㎾보다 5배 이상 높은 용량인 1㎿급의 대용량 기술"이라며 "지난해 트램(노면전차)에 적용한 집전장치는 100㎏당 3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된 고속열차 집전장치에서는 100㎏당 10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무게 대비 용량을 3.3배 정도 증가시켰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박사는 "고속열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1㎿급 2800V의 대용량 고전압이 필요한데, 이를 제한된 공간 내에서 무선으로 전송하는 경우 고전압 상태에서 절연 파괴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압 분산형 구조를 개발했고, 절연 설계를 최적화하는 방법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실제 고속열차가 시속 300㎞ 이상을 내기 위해서는 9㎿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개량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트램과같은 경전철의 경우 300~400㎾의 전력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4~5년 내 실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철도연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되면 KTX나 전철 노선을 추가할 때 전신주와 전기선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철도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은 전차선을 대신해 열차 하부를 통해 비접촉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전차선 설비 등 부품의 유지보수 및 교체가 필요 없고, 지상에서 보수 작업이 가능해 유지보수 비용이 줄어든다.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물리적인 접촉 없이 대용량의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궤도를 따라 설치된 무선급전장치에서 60㎑의 고주파 전력을 자기장으로 변환해 열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철도연이 선택한 자기공진 방식은 송신부 코일에서 공진 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생성, 동일한 공진 주파수로 설계된 수신부 코일에만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는 두 물체의 고유 진동수가 같으면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는 공명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2개의 똑같은 소리굽쇠 중 하나를 때리면 주변에 있는 다른 물건은 진동하거나 울리지 않고 나머지 소리굽쇠만 울리게 되는 현상과 같다.

이는 소리(음파)가 공기를 매개로 전달돼 벌어지는 일인데 무선전력전송의 경우는 전기에너지를 보내기 위해 공기대신 자기장을 이용하는 셈이다.

자기유도방식과 비교하면, 전기에너지 전달이 한 가지 주파수에만 집중적으로 전송돼 장애물이 있어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달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이준호 박사는 "전기장을 놓치지 않도록 집적모듈을 설계해 전력을 1003㎾ 입력하면 830㎾까지 출력할 수 있어 현재까지의 효율은 83.3%"라면서 "집전장치와 급전장치의 간격 증대에 따른 무선전력의 원활한 송수신 기술 확보,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적 설계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연 김기환 원장은 "무선급전기술은 고난도 기술이며 이를 활용해 전차를 견인하는 것은 세계적 이슈"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bbrex@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