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싸늘해진 경제, 온기 불어넣을 때] (8·끝) “내수 디플레이션 뛰어넘으려면 지속적 규제개혁이 답”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1 17:49

수정 2014.10.27 07:41

[싸늘해진 경제, 온기 불어넣을 때] (8·끝) “내수 디플레이션 뛰어넘으려면 지속적 규제개혁이 답”

소비심리 부진으로 내수침체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고 기업들은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며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는 최악이다. '소비심리 개선→ 내수 경기 회복→기업 투자 확대→ 소비심리 개선'이라는 선순환이 아닌 '소비심리 악화→내수 침체 →기업 투자 축소→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위축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과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 등 경제전문가들에게 경제살리기를 위해 필요한 요건과 정책 등을 들어봤다.


[싸늘해진 경제, 온기 불어넣을 때] (8·끝) “내수 디플레이션 뛰어넘으려면 지속적 규제개혁이 답”

―지금 우리 경제가 경기회복 사이클 속에 있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수봉 본부장=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은 3.9%로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경기회복 사이클 속에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소비도 아직 미약해 내수 경기는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세월호 사고로 애도 분위기 속에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활동이 많이 위축돼 있다. 현재의 침체된 분위기와 위축된 소비심리를 얼마나 잘 추슬러 나가는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정상적 궤도에 진입시키는가의 여부가 향후 경기회복에 중요한 관건으로 본다.

▲한상완 본부장=한국경제는 2012년 3·4분기 이후 미약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충격이 겹치면서 '내수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4분기에 경기회복이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소프트패치'가 불가피하다.

▲변양규 실장=가계부채와 각종 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 및 저조한 세계 경기 회복 속도로 인해 회복세가 미약하다. 환율 급락, 세월호 사건 등 경기 회복에 영향을 줄 요인도 많이 있다.

―하반기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정부의 성장률 목표는 달성 가능한가.

▲변 실장=현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목표인 4% 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지금은 경기 회복기이긴 하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회복 속도가 느리다. 이런 상황에 단기적 요인(환율 급락, 세월호 사고 등으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 등)까지 겹쳐 올해 성장률은 3%대 중반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 경제체질 개선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하반기 회복 속도를 다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의 예상처럼 민간소비의 상저하고(上低下高) 회복세가 실현된다면 3% 후반대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본부장=올해 한국 경제는 3.7% 성장(국민계정 개편 이후 통계로는 3.9%)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3.9%(개편 이후 통계로는 약 4.1%)는 다소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 한국경제는 외수 측면에서 수출 증가폭이 커지는 가운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고있다.

▲전 본부장=세월호 사건의 충격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투자 개선이 하반기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다. 환율변수 등에도 불구하고 4%에 근접한 경제성장률은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안전 규제 강화, 기업투자 관련 규제완화 정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전 본부장=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활동은 지속돼야 한다. 안전,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분야에 대한 규제는 필요에 따라 강화돼야 하겠지만 투자와 소비에 걸림돌이 되는 경제적·행정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변 실장=안전에 관련된 규제라도 신설 및 강화만이 해답은 아니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안전규제를 새롭게 도입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준수 노력이 없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쇄신이 없다면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또다시 공공부문의 개입과 부실의 여지를 낳을 뿐이다. 안전규제라 할지라도 기존 규제 중 개혁할 건 하고 꼭 필요한 부분은 더욱 잘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 필요한 대응이다.

―중국과 신흥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처방안은.

▲전 본부장=정부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시장 둔화 등 불안요소는 있지만 아직 중국 정부의 통제 가능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초 흔들렸던 신흥국 경제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불안감이 해소되고 있다. 신흥국 경제불안이 신흥국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별로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에 과민대응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신흥국 경제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더불어 실물경제 리스크가 큰 국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을 통한 리스크 분산, 금융.재정 리스크가 큰 국가는 환리스크 관리 및 원가관리를 통한 자금난 대비 등 리스크별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변 실장=정부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중국의 현재 문제는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금융, 회사채 디폴트 및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로 요약할 수 있다. 신흥국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중국 성장 둔화가 리스크 요인이다. 대외여건 악화처럼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의 최선책은 위험의 분산이다. 중국의 질적 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내수 중심의 성장에 대응해 완제품 수출, 서부 내륙지방 공략 등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기업정책이 필요하다.

▲한 본부장=올해 중국경제는 성장률 7.5%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신흥개도국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르는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출과 원자재 가격 하락, 정정불안 등 경기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대처방안으로는 중국과 신흥국 경제 둔화 지속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돌발 리스크에 대비해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를 고려해 수출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환율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배경과 전망은.

▲변 실장=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주식 순매수 증가 등으로 인한 달러화 유입 증가다. 한국경제연구원 거시모형 분석 결과, 올해 4·4분기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이를 경우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환율변동을 막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명, 장기적으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한 환율하락 압력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전 본부장=환율 하락세가 더 이어지겠지만 하락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환율 하락에도 우리 수출이 아직까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는 않다. 과거와 달리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과 국제경쟁력이 낮은 산업 분야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환율 하락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 차원의 환율대책이 중요하다.

▲한 본부장=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1050원, 하반기 1010원, 연간 1030원이 예상된다. 원화가 10% 절상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0.9%포인트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특히 수송장비(-3.8%포인트,) 일반기계(-2.5%포인트), 정밀기기(-2.4%포인트), 전기.전자(-2.3%포인트)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화 강세는 엔화 약세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철강과 기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엔·달러 환율이 2014년에 연평균 105엔일 경우 산업별 수출은 철강 -3.5%, 기계 -3.2%, 자동차 -3.2%, 석유화학 -3.1%, 정보기술(IT)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 정책은 뭔가.

▲한 본부장=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리스크는 '기업 규제 강화'다. 가장 큰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 '기업 규제 강화'가 36.7%로 가장 높고 '투자여건 악화' 18.3%, '이윤 감소' 15.0%, '자금시장 경색 13.3%, '매출 감소' 11.7%, '노사관계 불안' 1.7%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는 투자여건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또 경제민주화 정책의 속도 조절을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기업들의 엔저 지속 등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므로 미세 조정 및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과도한 엔저 지속에 대해선 관련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

▲전 본부장=대내외적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다만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기 힘들고, 투자처를 찾아도 반기업 정서와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고 유망 분야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변 실장=최근 투자 위축의 주요 요인은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감지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또 제도적 불확실성도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투자 확대가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여건 개선, 구조적 문제점 해결에 대한 비전 제시 및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기타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전 본부장=산업안전은 근로자 생명은 물론 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 매뉴얼 중에는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재 발생은 50인 미만 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소기업의 안전관리교육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의도 산업혁신 3.0 컨설팅 시 안전경영 부문을 점검, 지원할 예정이다. 또 산업별·유형별 재난발생 대응매뉴얼의 제정·보급, 재난의 예방과 대응을 잘하는 선진국 기업의 모범사례 발굴·전파, 안전 및 재난 관련분야 기술 연구 촉진에도 나설 계획이다.

▲변 실장=정부는 미래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해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야 하고 노조도 우리 경제를 이끌 중요한 주체 중 하나임을 인식하고 집단이기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대승적 시각을 갖춰야 한다.

▲한 본부장=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의 규제를 완화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 금융서비스, 교육, 의료, 법률, 관광 등의 외국인 직접투자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소유 지분제한에 대해서도 서비스 산업의 세부 업종별 검토를 통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발전 방향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수입의존적 수출구조의 개선을 위해 기업들은 수출품 관련 핵심부품·소재의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엔저 지속에 따른 중소.중견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효과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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