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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건강주치의-서울시 서북병원 송은향 신경과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6 14:46

수정 2014.10.27 03:40

우리집 건강주치의-서울시 서북병원 송은향 신경과장

"치매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물로 조절하면 증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최근 치매환자가 늘어나면서 서울시에서는 서울 25개 구에 치매지원센터를 만들어 일주일에 2회 전문의가 진료해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 서북병원 신경과 송은향 과장(은평구치매지원센터장)은 치매도 약물로 조절하면 증상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송 과장에게 치매의 종류와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치매는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인데

▲치매의 원인으로 60여 가지가 있을 정도로 많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다.
이 질환이 전체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파킨슨 환자에게 나타나는 파킨슨 치매, 루이소체 치매(노인성 치매), 갑상선 기능 이상 원인치매, 비타민 결핍, 알콜성 치매, 펀치 드렁크(반복적인 뇌손상으로 인한 뇌세포손상증) 등 다양하다.

―유전적인 소인도 있나.

▲알츠하이머 치매 중 1% 정도가 유전적인 원인이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수애처럼 20~30대의 젊은 여성에게 나타난 치매가 유전이 원인인데 이는 극히 드물다. 혈관성 치매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과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관리가 되지 않았을 때 뇌 혈관 질환의 문제로 발생한다. 이 질환의 경우 가족이 생활하는 식습관이나 환경이 비슷해서 만성질환에 걸리고 이후 치매로 진행될 수는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일반적인 증상은.

▲대표적인 것은 기억장애다. 그 중에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 초기에 과거 기억을 많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치매인지 아닌지 구분이 힘든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길을 잃어버린다던가 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전까지 치매를 단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치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초기에는 아침에 물어봤던 질문을 반복적으로 질문하거나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을 못하는 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기억부터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치매는 75세 이상부터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 본인이 치매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처음에는 치매교육을 노인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의지가 있어야 부모가 초기에 치매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독거노인들은 치매 초기에 발견하기 힘들다.

―치매 초기 발견이 치료에 도움이 되나

▲현재까지 치매의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항치매약물은 없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환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치매 초기, 중기로 끝나느냐 말기로 끝나느냐 하는 것은 발견 시기에 달려있다.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MMSE점수(간이 정신 상태 검사)가 일년에 5점 이상 떨어지는데 약물 치료 시에는 2~3점 정도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로 해가 진 이후 증상이 심해지는 '일몰증후군'을 보인 80대 중증환자가 사용 약물을 바꾸고 음악, 미술 등 인지치료를 병행한 결과 3년간 MMSE점수를 10~12점 정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보호자인 부인도 건강이 쇠약해져 요양시설로 보냈더니 상태가 악화됐다. 치매는 꾸준한 관리와 치료, 신체활동과 인지치료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물치료가 진행된다. 항치매약물은 총 4가지가 있는데 그 중 3가지는 초, 중기에 사용하고 한가지는 중, 말기에 사용한다. 하지만 환자가 망상, 공격적인 행동 등 행동 심리 증상이 심하면 중, 말기에 사용하는 약물을 먼저 사용할 수 있다. 또 항치매약물의 부작용인 위장장애, 울렁거림, 설사 등이 나타나거나 저체중인 경우 엑셀론 패취와 같이 붙이는 형태의 치료제 등을 환자 상태에 맞게 사용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 가지 약제를 혼합해 사용하기도 하고, 4가지 약제를 환자 상태 및 특성에 맞게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 하지만 가족이 환자 치료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치매의 진단 기준 중 하나가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간혹 보호자들이 약물 복용을 환자들에게만 맡겨 놓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과다복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법은 있나.

▲치매 예방의 큰 축은 인지능력과 신체활동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인지능력과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가 넌 스터디(Nun-Study, 수녀 연구)이다. 80년대부터 미국 수녀원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매년 인지능력, 신체능력, 당뇨, 고혈압 등을 추적 검사하고, 사망 후 뇌 부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실제 뇌의 변화가 크지 않은 사람과 뇌의 변화가 크지만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이는 어려서부터 글을 많이 쓰고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등 지적인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뇌의 변화와 관계없이 알츠하이머 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스톱을 치는 것 자체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스톱을 치기 위해 주변인들을 모으고 고스톱을 치면서 서로 이야기 하고 교감을 나누는 활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신체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5회 이상, 1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또 체중 감소가 치매 위험인자 중 하나이므로 치아를 잘 관리해 음식물을 잘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 환자 및 보호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보호자에게 환자가 치매라고 하면 반응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 이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너무 의욕적으로 하고자 하면 금방 지친다.
치매는 장기 레이스이므로 10년 동안 보호자 역할을 할지 1년을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 한 부류는 절망하는 부류이다.
하지만 최근 좋은 약도 많이 개발됐고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희망을 가져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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