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일본 가고시마 화산과 세월호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9 16:38

수정 2014.10.26 23:25

[특별기고] 일본 가고시마 화산과 세월호의 교훈

일본 남부 지방 규슈에 위치한 가고시마 현에는 7개의 활화산이 있다. 이 중 '사쿠라지마' 화산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14년 1월 대규모 폭발성 분화가 발생해 5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필자는 몇 년 전 연수차 선생님들과 가고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자 교육자이기에 외국에 나가게 되면 학교나 교사, 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특이한 것은 '사쿠라지마' 화산 근처의 가고시마 학생들은 등하교 시에 하나같이 안전모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전제일주의를 생활화하고 있는 사실과 함께 어려서부터 안전교육을 성실히 따르는 학생들에게 감탄했다. 과연 우리의 경우는 어떨지 생각하게 했다. 학생들에게 그토록 철저한 안전의식교육을 시키고 학생들도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풍토가 부럽기까지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제자들과 선생님, 승객들의 고귀한 생명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그간 우리 모두가 애써 외면했던 안전 불감증, '대충대충과 빨리빨리 문화'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제 죄스럽게 떠나 보낸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보냄과 동시에 다시는 이런 아픔과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한 사고와 행동혁명이 요구된다. 특히 학생 생명과 안전 강화를 위해 교육예산, 체제 등 전반적인 점검과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 안전과 환경개선 관련 교육예산을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1970년대 또는 1980년대에 지어진 교실 및 강당은 노후화를 넘어 붕괴까지 우려되는 지경이다. 불결한 화장실, 위험한 놀이기구, 전기료 부담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에어컨 등은 무상시리즈가 가져다 주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제공이 최고의 교육복지라는 인식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공동체 의식 함양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제발전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체의식은 약화되고 개인주의 사고가 강화되면서 의무보다 권리를, 국가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권위주의적,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으로 사라지는 공동체적 의식 함양 교육과 활동은 시민으로 자라서도 바람직한 국가관과 사회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셋째, 안전에 대한 교육과 생활화에 대한 체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학생안전과 관련해 화재, 지진, 교통사고, 성폭력과 강력범죄 등 다양한 유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반면 이러한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및 대응교육은 형식화되어 있다. 학생과 교사가 소화기도 다뤄보고, 대피 및 대응방법을 실생활에서 반복해 몸에 배게 하지 않으면 막상 위기상황에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예비교사와 현직교사에 대한 안전교육과 관련한 연수 강화도 필요하다. 학부모들도 공부는 안 시키고 왜 안전교육을 하느냐고 문제제기할 것이 아니라 자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 여겨주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부조리와 잘못된 인식을 혁파하고 안전제일주의 국가와 교육체계를 만드는 것으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승화시켜 나가자.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