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인간 내면의 이성性에 대한 잔인하고 처절한 몸부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9 18:18

수정 2014.10.26 23:11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이 내면에 갖고 있는 다른 성(性)을 느낀다면 어떤 기분일까? 남성이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또는 여성이 자신 안에 있는 남성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영화 '하이힐(감독 장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여성성을 이겨내기 위해 누구보다 거칠게 살아왔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 앞에서 고민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낸 영화다. 여성들의 전유물이자 여성의 상징인 하이힐이 피와 폭력하는 누와르 영화의 제목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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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위험 속에서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강력계 형사들의 우상이 된 윤지욱은 내면에 여성성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여성성을 감추기 위해 더 거칠게 범인들을 때려잡는다. 온 몸의 흉터와 칼자국이 훈장처럼 그의 형사 경력을 말해준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자신이 여성성을 숨기고 거칠게 살아갈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게한 여자 장미(이솜 분)가 위험에 빠지고, 결국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누르고 다시 거친 싸움을 하게 된다.

'하이힐'은 장진 감독이 도전하는 최초의 감성 누와르답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내비친다. 이야기 또한 여성성을 숨기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거칠게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인만큼 무겁게 흘러간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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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 조각미남 차승원이 내면의 여성성으로 고민하는 남자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아이러니다. 조각같은 얼굴과 몸은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윤지욱에게는 저주에 가깝다. 때문에 그는 더욱 거칠게 자신의 몸을 괴롭힌다.

대한민국 톱모델 출신으로 비주얼에서는 손꼽을 정도로 완벽한 차승원은 액션 각 또한 남다르다. 훤칠한 키와 긴 팔다리는 팔을 한 번 뻗어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주변의 도구들을 무기로 만드는 액션 또한 차승원이기에 우스꽝스럽지 않고 각이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대표 상남자 비주얼 차승원의 여성 화장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여장 연기는 코미디 또는 퀴어 영화의 소재였지만 차승원은 여성 화장을 하고도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보여지는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을 표출해낸 것이다.

때문에 '크라잉 게임' '패왕별희' '헤드윅' 등 여성성을 가진 남자 이야기를 다룬 소재의 영화들과 차별화된 느낌을 준다. 차승원의 여성 화장은 윤지욱 캐릭터의 여성성을 살려주면서 동시에 오히려 숨길 수 없는 남자의 모습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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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을 중심으로 한 영화지만 주변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오정세는 조직의 2인자이자 윤지욱의 남성성을 동경하는 허곤으로 분해 화려한 언변을 선보였다. 차승원의 육박전 못지 않은 오정세의 구강액션은 영화에 긴장감을 줬다 풀었다하는 역할을 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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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은 윤지욱이 내면의 여성성을 억누르고 더욱 거칠게 살아가게 하는 여성 캐릭터로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그의 애절한 눈빛은 윤지욱이 여성성을 누르고 더욱 거칠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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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고경표는 물론 이솜, 김응수, 김병옥, 박성웅, 송영창은 짧은 분량임에도 존재감을 발산한다. 여기에 장진 감독과 'SNL 코리아'에서 인연을 맺은 김민교, 정명옥도 웃음기를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장진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내면의 여성성을 가진 지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장진 감독은 처음부터 성전환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 때부터 동성에 대한 동경이 내재돼 있다는 것.

사실 성전환은 민감한 소재일 수 있다.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소재이다. 하지만 '하이힐'은 그런 성전환을 웃음거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한다. 여성의 상징과도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잔인하고, 처절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한 멘탈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강함을 내세우는 경우는 많다. 갑각류도 단단한 껍질 속에 연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감추고 있다. 그 단단한 껍질로 약한 속살을 지키려는 것이다.

가장 여성스러운 제목의 영화가 보여주는 잔인함과 처절함. '하이힐'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른 性을 독특한 화법으로 말하고 있다. 6월 4일 개봉.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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